클린턴·로크·도닐런 … 미 관리들 ‘중국 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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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낮(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캐피털 힐튼 호텔. 게리 로크(Gary Locke) 미 상무장관이 미·중 비즈니스협의회 회원들을 상대로 연설에 나섰다. 로크 장관은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이 여전히 차별과 무역 불균형 등 큰 장벽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공정한 상업적 관계를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 중앙정부와 합의를 끌어내도 이를 시행하려는 지방정부의 노력이 부족해 합의사항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비슷한 시각,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선 미국 지적재산권 조정센터의 매튜 킹(Matthew King) 국토안보조사국 부국장이 특별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미국에서 적발한 해적판(지적재산권 침해 물품)의 80%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라며 “중국 관세당국과의 협조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티머시 가이트너(Timothy Geithner) 재무장관이 전날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강력 촉구한 데 이어 이번엔 상무장관이 다른 현안으로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장관들까지 동원한 미국의 대(對)중국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동 지역 순방을 마치고 13일 늦게 귀국한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국무장관은 14일 오전 국무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주제로 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클린턴 장관은 “21세기 미국과 중국은 더욱 확대된 비전을 바탕으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론 북한·지역 안보·경제 문제를 모두 거론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힘있게 주문했다.

 몇 시간 뒤엔 평소 언론 접촉이 드물던 백악관까지 나섰다. 톰 도닐런(Tom Donilon)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과 도발적 행동을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중국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북한 압박을 요구한 마이크 멀린(Mike Mullen) 합참의장의 12일 기자회견까지 포함하면 오바마 정부의 모든 분야 최고위 참모가 릴레이 회견에 나섰다. 오바마 정부가 치밀한 전략 속에 일사불란한 대중국 압박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25일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가 큰 부담일 것”이라며 “궁극적으론 차기 대선구도와도 연결된다”고 해석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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