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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문제 놔두고 무상급식만 매달릴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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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순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무상급식 확대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무상급식 예산은 시 30%, 교육청 30%, 기초자치단체 40%의 매칭비율 예산이 편성되므로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재정자립도가 높거나 대상 인원이 적은 시·군·구는 무리가 없겠으나 상대적으로 부담이 높은 지역도 많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부터 논란이 돼왔다. 이제는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 ‘무상’이 난무한다. 혹자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라 하고, 다른 혹자는 초·중학교 의무교육 국가이니 무상급식이 포함된 완벽한 의무교육을 주장한다. 의식주 중에서 기본인 먹는 것을 무상 지원하는 것은 누가 들어도 환영할 일이다. 경제적 여건만 된다면 시행돼야 할 정부 시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상급식 확대에는 함정이 있다. 첫째, 예산 부족이다. 둘째, 현재 700여만 명 차상위계층 자녀들에게는 이미 무상급식이, 나머지는 자비에 의한 급식이 제공되기에 굳이 모든 학생 대상의 무상급식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보다 두 배 이상 잘사는 미국도 전체 학생 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는다. 셋째, 무상급식보다 더 시급한 투자처가 많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중·고교를 다닌 사람들은 ‘꿀꿀이죽 세대’다. 50년 전 우리 경제(1인당 GDP가 80여 달러)가 어려운 때 초등학교에서는 가난한 가정의 학생에게는 강냉이빵이, 가정에는 꿀꿀이죽이 배급됐다. 점심을 굶거나 꿀꿀이죽을 먹고 살아도 창피하거나 처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의 정신적 가르침이 있어서였다. 훌륭하고 성공한 사람이 되려면 책을 보라는 가르침, 그것이 지금의 ‘지식기반 사회’의 주춧돌이었던 것 같다.

그 시대 수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못 먹고 배고프게 지냈지만 정신적 양식만은 배불리 먹고 살았다. 배고픔보다 배부름이 분명 낫지만, 육신적 배부름보다 정신적 배부름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교훈에 대한 신뢰와 가치가 있어 가능했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DC의 한국계 교육감 미셸 리는 공교육 개혁은 우수교사 양성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나라 공교육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교사에 대한 신뢰 상실, 사교육을 못 따라가는 부실한 공교육, 사회 요구에 못 미치는 학생 능력 등이 우리 교육이 처한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선진국에 진입하는 핵심 요소는 인재 육성에 달렸다. 이를 위한 공교육 현장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상급식이 아니라 양질의 교육이다. 양질의 교육 회복은 우수교사에게 달렸으며, 최대 과제는 41만 교사의 업그레이드다. 교사 스스로의 교육에 만족하는 교사, 스승으로서 정신이 살아 있는 교사, 사회가 신뢰하는 교사로 변신될 때 교육의 질은 향상된다. 이제 우리 모두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나 진정한 교육투자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물질적 무상급식 확대에만 매달리지 말고, 정신적 양식을 넣어줄 수 있는 양질의 교육에 투자하는 교육 시스템에 더 매달려야 할 때다.

최순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