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민주당 무상의료, 보험료 2배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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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은 13일 오후 의원총회장으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불렀다. 민주당이 무상급식·무상의료 등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을 겸하고 있는 진 장관은 의총에서 “민주당 주장대로 (무상의료를) 하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8조원이 아니라 30조원이 더 필요하다”며 “이 경우 1인당 보험료가 2배 인상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상의료는 사실상 무상이 아니고, ‘더 내고 더 받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러시아에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있다’는 속담이 있다”며 “민주당의 공짜 복지 놀음에 나라 살림이 다 거덜나는 게 아닌지 정말 크게 걱정된다. 공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 공세에 맞서기 위해 ‘무상과의 전쟁’을 벌이기로 작심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오른쪽)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투표를 위해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상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민주당의 혈세 퍼주기식 무상 시리즈는 복지를 위장한 표 장사이며, 표만 얻고 보자는 선거 슬로건이자 서민들이 감당해야 할 엄청난 세금 부담을 교묘하게 숨긴 무책임한 위장 복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무책임한 수권포기정당”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서울시 의회와 무상급식 문제로 싸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한나라당 서울시당 소속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비공개 조찬 간담회에서 “(이번 전쟁은) 정치 생명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역사적이고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개인적으로 ‘오세훈 선거법’이나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 때처럼 명운을 걸고 막으려 한다”며 “무상 포퓰리즘을 받을 순 없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들에 의해 시정이 막혀 시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만큼 주민투표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도 오세훈의 문제, 서울시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나라당 전체 문제로 생각해 달라”며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다수 의원이 공감을 나타냈다 한다.

 하지만 일부 소장파 의원은 민주당과의 ‘복지 전면전’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성식 의원은 “민주당의 ‘올인주의’식 복지정책도 문제지만 한나라당이 복지 사각지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대야 공세만 취하면 덫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에 비해 주민 동원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주민투표를 하는 건 위험하다”며 “주민투표를 하면 투표율이 매우 낮을 텐데 자칫 야당이 원하는 결과가 나와 당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글=백일현·허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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