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사 제대로 가르쳐야 글로벌 리더로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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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역사 교육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숭고한 행위다. 미래 세대에게 민족의식과 국가정체성을 심어줘 사회와 국가를 올바로 짊어지도록 이끈다. 역사 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공동체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국사 교육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올해부터 고교에선 한국사가 설 자리를 잃을 처지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시행으로 고교 전 과정이 선택교육과정으로 전환되면서 한국사도 선택과목으로 격하(格下)됐다. 지난해까진 고1 필수과목이었으나 이제 고교 3년간 한국사를 한 시간도 배우지 않고 졸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 보듯 뻔한 역사 교육의 위축(萎縮)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교육 홀대(忽待)는 머지않아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른다. 자기 나라 역사도 제대로 모르는 미래 세대가 분별력을 가진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대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한국사 교육의 양과 질을 모두 끌어올리는 방향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환원하는 게 급선무(急先務)다. 국민 91.2%가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나마 다행인 건 안병만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엊그제 “한국사는 모든 학생들이 배워야 하므로 고교에서 필수과목과 같이 다뤄져야 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사실이다. 여야 의원 11명이 지난해 7월 발의한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 법률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와 국회가 의지만 있으면 한국사의 필수과목 환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기 전까진 대학들의 역할이 긴요하다. 서울대는 2014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학생의 응시 자격 조건으로 한국사 이수를 의무화했다.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 경우 상당수 학생이 한국사 선택을 하게 돼 사실상 필수과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한국사의 필수과목 지정 못지않게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도 중요하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역사 교육이 돼야 한다. 우리 역사를 냉소적으로 보면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자학(自虐)사관을 탈피해 자긍심을 갖게 하는 긍정의 역사 서술이 필요하다. 올해 나온 한국사 교과서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서술 등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인 만큼 계속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역사를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방법도 새롭게 찾아야 한다. 가뜩이나 ‘어렵고 외울 게 많아서 싫은 과목’을 강의식·주입식으로 가르쳐선 학생들이 역사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 현장학습과 토론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역사를 체험하고 사고할 수 있게 하는 유럽·미국의 역사 교육 방식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교과서 왜곡 등 우리 역사에 대한 주변국들의 위협이 거세다. 우리 역사를 몰라서는 제대로 맞설 수 없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 교육을 어떻게 바로 세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