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당·청 간에 무슨 갈등 있었나요” 딴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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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불러온 ‘한나라당 거사(擧事)’의 주역들, 당 최고위원들이 한데 모였다. 12일 당 중앙위 신년교례회장에서다.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이들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홍준표 최고위원에게) 청와대 인책론은?

 “안상수(대표)에게 물어봐.”

 -(안상수 대표에게) 청와대 참모 책임론은?

 “책임은 무슨 책임….”

 -(정두언 최고위원에게) 인책론을 얘기할 건가.

 “내가 얘기하면 책임 안 지던데.”

 전날까지만 해도 당에서 쏟아졌던 청와대 참모 인책론은 이날 쑥 들어갔다. 안 대표는 “(당·청 간에) 무슨 특별한 갈등이 있었나요”라고 딴청을 부렸다. 정 후보자가 사퇴한 만큼 당·청 갈등을 더 이상 노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12·31 개각’ 12일 만에 ‘정동기 파동’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12일 동안 여권은 인사 실패와 소통 부재의 문제 등을 또 다시 노출시켰다.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해봉 의원 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는 당 태종인데, 자기 목을 겨누던 위징(魏徵)을 재상으로 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측근을 회전문식으로 기용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를 꼬집은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유시민 사례’를 언급하며 당·청 간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야당 시절 여당 의원이 ‘옳은 말을 그렇게 싸가지 없이 하느냐’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며 “우리 당이 한 행동은 싸가지가 없지 않았는데도 (청와대와 갈등을 노출한 걸로 비쳐져) 국민이 우려한다”고 했다.

‘옳은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는 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김영춘 의원이 당시 여권의 핵심 인사였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겨냥해 한 말이다.

 ◆이재오, 파워게임설에 불쾌감=신년교례회에 참석한 이재오 특임장관은 ‘정동기 파동’ 과정에서 제기됐던 권력다툼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제가 ‘왕의 남자’, ‘정권 2인자’라면서요. 왕의 남자가 누구랑 파워게임을 하겠습니까”라면서 “특임장관은 인사에 개입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경동고 선배인 정 후보자를 밀자, 이재오 장관이 안 대표와 함께 임 실장을 견제하려 했다는 게 권력다툼설의 골자다.

강민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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