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설비투자 늘리는 업종·종목을 담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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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돈의 힘’. 2011년 주식시장 전망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다. 업계에선 올해도 지난해처럼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러한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이 이 ‘돈의 힘’만 믿고 주식시장에 접근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눈여겨봐야 할 ‘돈의 힘’은 따로 있다. 바로 기업이 가진 돈의 힘이다.

 최근 2년 동안 전 세계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많은 돈을 뿌렸다. 이 돈을 갚아야 하는 정부들은 올 한 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총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단 얘기다. 여기에 정부로부터 풀려나간 돈이 인플레이션이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매출은 주는데 비용은 증가하는 악조건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돈을 쓸 수 있는 곳은 기업뿐이다.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생기면서 가계 소비가 늘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돈을 풀었다. 누가 돈을 쓰든지 간에 그 이익은 기업에 돌아갔다.

그 결과 지난해 2분기를 기준으로 미국 기업은 우리 돈으로 2000조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 역시 금융자산이 80조원에 달했다.

 결국 이 돈이 시장에 풀리느냐에 따라 향후 주가의 향배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기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이 돈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매출이 정체되고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이 늘기 위해선 기업이 적절한 투자를 일으켜 생산성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올해는 주식투자자들의 돈의 힘보다는 기업이 가진 돈의 힘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단기적인 이익만 보면 당장 이익이 잘 나오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좀 더 길게 보면 특정 산업에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의 평가를 높게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업종이나 종목을 고르는 것도 현명한 주식 투자의 방법이다. 국내 상장사 32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자동차, 통신서비스, 조선·기계 업종은 지난해보다 설비투자를 늘릴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에선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기업이 가진 ‘돈의 힘’도 중요한 변수임을 유념해야 한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그동안 개인 사정으로 인해 잠시 쉬었던 ‘김정훈의 투자 ABC’를 오늘부터 다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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