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멜라트 은행 고사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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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이 영업을 재개한 지 한 달을 맞았으나 신규 거래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정부 관계자들이 11일 전했다.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은 지난해 10월 외환법 위반 혐의로 2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한 뒤 12월 10일 정지 기간 만료로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11일까지 멜라트 은행은 감독기관인 한국은행에 신규거래 허가 신청을 한 건도 하지 않았다고 은행 관계자가 전했다.

 정부 당국자도 “멜라트 은행은 지난해 9월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이행 조치의 일환으로 금융 제재를 당한 상태”라며 “이에 따라 4만 유로 이상의 신규 거래는 다시 문을 연 이후에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한데 11일 현재까지 허가를 신청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당초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이 이란의 ‘동북아 금융허브’로 핵 개발 자금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에 지점 폐쇄나 자금 동결을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법상 금융기관의 자금 동결이나 폐쇄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멜라트 은행에 대해 2개월간 영업정지와 거래 허가제를 통한 제재 방안을 택했다. 외교 소식통은 “2개월이나 문을 닫았고, 소액 거래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은행에 대해 국내 어느 기업이 거래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그럼에도 멜라트 은행이 문을 열고 있는 것은 은행이 철수할 경우 이란 국내에서 ‘미국의 제재에 굴복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 가능성을 막기 위한 이란 정부의 정치적 고려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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