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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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 이들의 공통점은?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기(Public Speech)를 잘하는 글로벌 리더라는 점이다. 알고 보면 이들처럼 말하기 고수가 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이번 방학 동안 엄마와 함께 연습해봐도 좋다. 김영주(서울 봉현초 2) 양과 김수현(서울 봉현초 1) 양이 『내 꿈을 이뤄 주는 어린이 스피치』의 저자 김호정 KTV 아나운서를 만났다.

이지은 기자

집에서 간단하게 복식호흡 연습

“자, 입에서 손가락을 빼지 말고 크게 외쳐보세요, ‘아~’ ”. 4일 오전 서울 대치동의 한 스튜디오. 영주와 수현이가 손가락 세 개를 세워 입속에 넣고 깔깔대며 웃기 바쁘다. ‘아·애·에’ 발음을 또렷하게 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중이다. 손가락 세 개가 들어가는 크기의 발음은 ‘아(ㅏ)’, 두 개는 ‘애(ㅐ)’다. 김 아나운서는 “또렷한 발음을 결정짓는 요소는 입 모양에 달렸다”며 “입을 벌려야 하는 모음은 크게 벌리고, 오므려야 하는 모음은 작게 오므리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발음 못지않게 발성도 중요하다. 가슴으로 호흡하는 대신 배에 힘을 줘 소리를 내는 것이 복식호흡이다. 넓은 교실에서 뒤에 앉은 학생에게 들릴 만큼 목소리를 크게 내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어깨 너비만큼 발을 벌린 뒤 배가 부풀어오를 때까지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성대를 하품할 때의 느낌으로 크게 열고 배가 납작해질 때까지 ‘아~’ 소리를 유지한다. 익숙해지면 ‘가나다라마바사’부터 간단한 문장까지 복식호흡을 유지하며 말해본다.

간단히 복식호흡을 연습할 수도 있다. 김 아나운서는 “의자에 편한 자세로 앉아 배에 손을 대고 천천히 몸을 숙여 가슴이 허벅지에 닿도록 상체를 숙인 뒤 말해보라”며 “이렇게 하면 성대와 폐가 복식호흡할 때와 비슷한 모양으로 유지돼 쉽게 연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육하원칙 … 100초 스피치 연습 유용해

말할 때 시선을 처리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단상에 오르면 천천히 교실의 맨 뒷좌석과 좌·우에 한 번씩 눈길을 던진다. 대중 전체를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차분한 인상을 전달할 수 있다. 말을 하는 도중에는 청중과 눈 마주침을 피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좌·우·전·후로 시선을 옮기는 도중 눈이 마주치는 상대를 잠깐씩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간다.

“크리스마스엔(언제) 집에서(어디서) 엄마 아빠(누가)와 함께 머물렀어요. 산타할아버지에게 학습장과 스티커를 깜짝 선물로 받았는데(무엇을·어떻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뜻인 것 같아요(왜).” 지난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느냐는 김 아나운서의 물음에 김양이 육하원칙에 맞춰 대답했다. 선생님, 친구의 질문에 답변할 때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의 육하원칙에 맞춰 문장을 완성하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주장을 먼저 말한 뒤 이유를 말하는 구성의 100초 스피치 연습은 학기가 시작된 뒤 수행평가 발표 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질문에 조리 있게 답변하기에도 효과적이다. 핵심 키워드만 적은 개요표를 참고해 문장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원고를 암기하는 웅변연습과도 다르다. 1분 이상 혼자 말해야 할 반장선거나 자기소개 때는 주제를 하나 정해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례를 앞에 배치하고, 뒤쪽엔 본론 내용을 정리하는 식의 결론을 더하면 짜임새 있는 원고를 완성할 수도 있다. 고학년은 주어와 서술어를 일치시킨 문장을 작성하는 연습이나 다양한 단어를 활용하는 식의 어휘력 연계학습을 할 수도 있다.

김 아나운서는 “대중연설 능력은 단시간에 길러지지 않기 때문에 방학 동안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습관화되면 말하는 도중에도 자신의 발성법과 호흡, 발음수준을 파악할 수 있어 순발력과 리더십을 키우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조리 있게 말하는 100초 스피치

1 개요 짜기 : 주제를 하나 정해 ‘서론(호기심 유발하는 사례)-본론1(주장과 근거1)-본론2(근거2)-결론(앞의 내용 정리와 주장 확인)’ 형식의 개요를 짠다

2 개요표를 참고해 자신이 말할 내용을 정리한 뒤 글로 써 본다

3 정리한 글을 눈으로 한 번 읽은 뒤, 소리 내 한번 읽어내려간다

4 글을 보지 말고 개요표만 보며 발표해본다

5 개요표도 보지 말고 거울을 보며 발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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