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아파트가 달라진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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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서울에 사는 중학교 교사 김모(59)씨는 은퇴 후 살 집을 고르던 중 마음에 쏙 드는 아파트를 찾아냈다. 12월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입주하는 이 아파트는 대표적 서양식 주거문화인 아파트에 한옥 디자인을 도입한 단지다.

좌식 위주의 한옥기능과 디자인을 입힌 게 특징이다. 김씨는 “아파트의 편리함과 한옥의 정취를 모두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아파트 실내•외 디자인에 공을 들이면서 주택 수요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아파트 디자인에도 트렌드가 있다.

요즘은 전통과 실용을 강조한 상품이 많다.

한옥을 도입하거나 집의 일부분을 세 놓을 수 있게 만드는 식이다. 주택 수요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1~2인 가구가 느는 등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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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그리워하는 디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도 하남 감일보금자리지구에 한옥형 아파트를 선보인다. 미닫이문으로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전통문양의 창살과 창호를 사용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각각 2월과 12월 입주하는 서울 용산구 신계e편한세상과 중구 신당e편한세상 일부 주택형에 전통문양의 나무문과 한지 느낌의 벽지 등으로 한옥과 같은 분위기를 냈다.

주택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은 전남 목포에서 상반기 분양할 아파트에 한옥의 느낌을 살린 ‘한(韓)디자인’을 공급할 예정이다.

아파트에 사랑채와 툇마루를 만들어 한옥의 정취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옛 마을의 정취를 아파트 단지로 옮긴 디자인도 선보였다.

한화건설은 앞으로 공급할 주요 단지에 골목길•담장•마당 등으로 전통적인 마을 모습을 연출할 계획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전통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피데스개발•대우건설 등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한옥에 호감이 있다는 응답이 48.1%에 달했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소득수준이 높아진 데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자연을 중시하는 한옥 등 우리 전통의 주거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향상 등으로 아파트 층고가 높아지는 등 한옥을 들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집 구조는 실속형으로

지금까지는 V자형이나 T자형 등 독특한 모양의 구조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실용성이 떨어져 주택시장에서는 잘 먹히지 않았다. 비싸게 분양했으나 매매가는 네모 구조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업체들은 요즘 사각형의 3베이(전면에 ‘방+거실+방’ 배치) 구조를 기본으로, 전용면적을 늘리는 등 공간 활용도를 높인 평면을 많이 선보인다.

SK건설이 지난해 선보인 ‘플러스알파존’ 평면은 사각형의 단순한 형태지만 죽은 공간(Dead space)을 다시 살려낸 게 특징이다. 그 결과 같은 109㎡형(공급면적)이라도 종전 구조보다 전용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최대 14㎡ 정도 더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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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나오는 임대수익형 평면도 공간 활용성을 높인 실속상품이다. GS건설은 한 집에 3가구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더블 임대수익형’ 평면을 개발했고, 동부건설은 서울 흑석동에서 분양한 센트레빌2에 임대수익형 평면을 선보였다.

자녀들이 분가한 노년층이 살면서 세를 내줘 수익을 올리도록 고안된 상품이다.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던 1•2층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현대엠코는 1•2층을 묶은 복층형 평면을 개발했고, GS건설은 1층 층고를 높이고 윗부분에 거실 크기만큼의 다락방을 만들었다.

현대엠코 조명래 주택개발본부장은 “주택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런 평면은 쓰임새가 많아 수요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외부는 더 화려하게

나라 안팎의 유명 건축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성냥갑 같던 아파트 겉모습은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부산 해운대에 짓고 있는 해운대아이파크의 설계를 세계적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에게 맡겨 유선형의 획기적 외관 디자인을 실현했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분양한 청주 용정지구 단지의 설계를 미국의 대표적 건축설계업체인 스테파노&파트너스에게 맡겨 전통 돌담을 형상화한 독특한 입면 디자인을 선보였다.

인천 청라지구 한일베라체(5월 입주 예정)는 집마다 창문의 크기•모양•색깔이 달라 보는 이의 시선을 끈다. 현대산업개발 장경일 상무는 “비싼 마감재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고급스런 단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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