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시정 파행 계속하느니 주민투표라도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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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무상급식(無償給食)을 둘러싼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수도 서울의 시정을 위한 대화와 타협은 온데간데없고 일방통행만 난무(難舞)하는 양상이다. 시정이 마비되든 말든 시민은 안중에 없다는 막가파식 행태로 보여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급기야 오 시장이 어제 무상급식 전면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제안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상급식 갈등이 갈 데까지 간 형국이다.

 우리는 그간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오 시장과 시의회에 타협과 절충의 묘를 살려줄 것을 수차례 주문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수(多數)를 점한 시의회는 힘을 앞세워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오 시장도 양보 없는 기세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달 2일 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하자 오 시장은 시의회 출석 거부와 시의회와의 시정 협의 중단으로 맞대응했다. 그다음엔 시의회에 조례안 재의 요구, 시의회의 재의결, 시장의 조례 공포 거부, 시의회 의장의 직권 공포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시의회는 무상급식비 695억원을 신설하고,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서해뱃길과 한강예술섬 등의 사업예산 3966억원을 삭감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예산 집행을 거부한 상태다. 무상급식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진 꼴이다.

 이런 마당에 오 시장과 시의회에 계속 대화와 타협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다. 현 시점에선 차라리 주민투표가 무상급식 해법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주민투표 실시 비용이 만만찮고, 행정 갈등이 생길 때마다 주민투표에 부칠 것이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평행선을 달리는 무상급식 갈등에 발목이 잡힌 서울 시정의 파행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시의회도 주민투표를 통해 시민의 뜻을 다시 제대로 물어봐야 옳다.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서는 오 시장이나 시의회 모두 정치적 책임을 각오해야 함은 물론이다. 투표에 나서는 시민도 무상급식 찬성의 전제는 세금을 더 내겠다는 것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