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22개대 총장 앞에서 “등록금 인상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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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주호 장관이 7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전국 22개 대학 총장들이 참석한 조찬간담회에서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7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식당. 이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고려대 총장) 회장을 비롯해 서울대·연세대·부산대 등 전국 22개 대학 총장이 모였다. 형식은 대교협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초청한 것이지만, 실제는 이 장관이 총장들에게 등록금 인상 자제와 논술 축소를 요청하는 자리였다.

 이 장관은 “등록금은 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최근 2년간 인상을 억제해 힘들겠지만 올해까지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전북대·한세대 등이 동결하겠다고 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인상을 자제하는 대학에는 정부 지원사업의 인센티브를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입시 얘기도 꺼냈다. 대입 전형이 너무 많고 복잡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으니 전형을 간소화해 달라고 한 것이다. 이 장관은 “논술은 학교에서 준비하기 어려우니 비중을 낮춰달라”고 주문했다. 대학 자율 확대를 약속했던 그가 자율권에 제동을 건 셈이다.

 등록금 문제는 국립대와 사립대 의견이 갈렸다. 서울대 오연천 총장은 “3년 연속 동결로 국립대도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충남대·부산대 등 다른 국립대 총장들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사립대 총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과거에도 등록금을 동결하면 여러 가지 형태로 교과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지원이 늘어난 게 없었다”는 이견을 냈다. 김 총장은 “법에 따라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열어 등록금 인상을 정하는데, 정부가 먼저 나서 드라이브를 걸면 취지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또 다른 총장은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대와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에 똑같은 주문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장관과 총장들은 대부분 등록금 문제를 얘기했다. 하지만 간담회 직후 총장들은 “이 장관의 간섭이 심하다. 자율이 침해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총장은 “법으로 등록금 상한제까지 만들어 규제하고 교내에 등록금심의위를 만들어 학생까지 참여해 논의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중 간섭을 하고 있다”며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총장은 “3% 인상하려 했는데 못 올리면 교직원 임금도 동결해야 한다”며 “물가인상률이 있는데 (동결 요청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기수 회장은 "각 대학이 인상을 하더라도 3% 이내로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논술 축소 주문과 관련, 총장들은 “예전에는 확대하라고 했다가 지금은 줄이라고 한다”며 “이게 대학 자율화냐”고 반박했다. 이기수 회장도 “논술이 패자부활전처럼 학생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측면이 있어 축소하기 어렵다는 대학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201개 대학 총장들은 21일 부산에서 열리는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등록금 인상 억제 방안과 입시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글=김민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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