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세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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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11면

좀체 기세가 꺾이지 않는 추위와 폭설이 나날이 이어집니다. 이곳에서는 섬진강 물이 얼면 된추위가 왔다 합니다. 그러나 대개 이삼 일이면 얼음이 풀리는데, 요즘은 섬진강 얼음이 더욱 두꺼워져 갑니다. 드문 경우입니다. 이번 추위와 폭설이 우리 동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렇고, 전 세계가 그렇다고 뉴스에서도 연방 이야기합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산중 추위는 더 혹독합니다. 해뜨기 전이나, 해지고 나면 ‘칼추위’가 몹시 쨍해집니다. 계곡에 배관을 깔아 물을 당겨먹는 처진데 물이 얼어 끊긴 지 오랩니다. 근근이 이렇게 저렇게 물을 얻어먹고 있습니다. 대책 없이 내린 눈에 길이 꽉 막혀 며칠씩 갇히기도 합니다. 뼈 빠지게 눈을 치워도 뼈만 빠질 뿐입니다. 일 년에 두세 번은 각오한 일인데 올해는 시작부터 정도가 좀 셉니다. 그래도 꼭 불편함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산중의 눈 내림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습니까? 문턱만 나서도 설국이 펼쳐지니 불편함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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