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직장 대신 가정을 택한 여자들, 혹시 실수하는 건지도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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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레슬리 베네츠
고현숙 옮김
웅진윙스, 316쪽, 1만3000원

가사와 육아가 인생의 목표였던 할머니 세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어”라고 부르짖으며 학교와 일터로 뛰쳐나간 엄마 세대가 있었다. 이전 세대를 지켜본 딸 세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지금 20~30대인 딸 세대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바로 가정으로 돌아간 것이다.

 엄마 세대의 투쟁과 여성에게 주어진 평등한 교육의 기회 덕분에 여성에 대한 사회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취업 기회도 늘어났지만 딸들은 그 기회를 쉽게 포기했다.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면서 자녀양육과 집안일에 매진하는 전업주부의 삶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책은 최근 젊은 여성 사이에서 불고 있는 이러한 ‘취집(취직 대신 결혼을 선택하는 것)’ 열풍을 경계한다. 저자는 ‘일’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주며, 직장과 가정의 기로에 선 여성들에게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한다. 직장인과 주부의 삶을 양자택일 할 것이 아니라 둘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조화로운 자세를 강조한다.

 저자는 여성들이 경제력을 포기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비극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죽거나, 실직하거나 혹은 남편과 이혼하게 되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시겠습니까?”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한 수백 명의 기혼 여성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전업주부 대부분은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30년 이상인 직업 수명에 비해 아이들에게 온종일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기간은 짧다는 점도 언급한다. 오히려 일하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 직장에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공백 있는 아줌마를 써줄 직장은 적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사회의 책임도 강조했다. 남성 위주의 직장 문화가 여성들을 가정에 가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하는 아내를 위해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남편의 외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의 스타 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저자는 직장에 다니며 두 아이를 길러낸 경험을 바탕으로 일하는 엄마들이 가지는 근원적인 죄책감도 언급한다. 그는 일하는 엄마는 나쁜 엄마가 아니라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사회 진출을 앞둔 여대생,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허덕이며 전업주부를 꿈꾸는 직장맘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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