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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 제재보다 학교 자율에 맡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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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정화
홍익대 교수·교육학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문예·예술·체육활동과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을 존중하는 학교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얼마 전 하향적이고 관치적인 일련의 방침을 발표함으로써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2010학년도 초·중등교장 학교경영능력평가’ 계획에서 학력 향상 항목을 없애는가 하면 이번에는 느닷없이 “학교별로 특정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참여율이 전체 학교의 평균 참여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으면 강제성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발표 내용이 과연 일선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방과후 학교 운영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수립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우선 대부분의 방과후 학교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선택에 의한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과후 학교 참여율이 높은 것은 교사들과 학교장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학생들의 호응을 받은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의 노력을 순수하게 보지 않고 강제로 학생들을 참여시킨 것으로 보고 대책을 발표한 것은 학교 운영에 대한 불신이 기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1995년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도입 이후 정규 수업과정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다양한 특기 적성 교육과 사교육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본다. 또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사교육비 경감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 참여하지 않은 학생보다 사교육비를 연간 53만원 적게 지출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그 한 예다.

 방과후 학교를 통해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사교육비를 경감시키는 것은 교사들은 물론이고 학부모·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방과후 학교 운영과 관련해 수준별 반 편성을 막는다거나 방과후 학교 참여율이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학교에 대해서는 감사를 실시하고 예산을 깎는다면 방과후 학교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위축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는 우리 아이들을 다시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자유 수강권을 통해 무상으로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기회가 축소됨으로써 교육격차가 오히려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학교교육 정책은 자율적인 학교 운영을 지원하고 책무성을 신장시키는 데 둬야 한다. 2008년 정부의 4·15 학교자율화 조치가 발표된 주요 이유다. 시·도교육청의 방침과 국가 전체의 교육정책이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된다면 이는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 것인가’ 하고 학교현장의 혼란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능력을 길러주고 균형 잡힌 인성과 창의적인 역량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단위학교들이 주어진 지침 내에서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도하는 데 교육청 지원 행정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서정화 홍익대 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