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가 정부 교육정책 반대만 한 것은 잘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전교조가 장석웅 신임 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변화할 태세다. 장 위원장의 취임 일성(一聲)은 “전교조가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와 비판만 한 것은 잘못”이라는 반성이다. 앞으로는 투쟁보다는 교육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대화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을 둘러싼 대정부 투쟁과 이념 교육으로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려온 전교조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모습을 보일지 기대된다. 장 위원장의 말대로 된다면 학교 현장의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고 교육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장 위원장은 이전의 전교조 집행부와는 일정 부분 사고(思考)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우선 친(親)전교조 성향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체벌 전면금지를 비판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일선 교사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도입하는 바람에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원평가 반대 투쟁에 대해 반성한 것도 의외다. 교사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국민과 싸움을 한 꼴이니 잘못이란 얘기다. 그간 전교조가 취해 온 입장과는 상반되는 솔직한 고백이다. 전교조의 변화에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 전교조가 내놓을 교육 대안의 방향이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와 상반될 경우 대화는커녕 갈등만 깊어질 뿐이다. 장 위원장이 한편으로 “진보 교육감 등장으로 전교조가 교육의 주류가 되는 시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한 대목은 그래서 우려된다. 장 위원장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상생의 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과거처럼 전교조의 일방적 주장만 고집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전교조 전임 위원장들도 처음엔 투쟁이 아닌 대화를 앞세웠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단식이니 농성·집회니 해가며 투쟁 일변도의 모습을 보여 온 게 사실이다. 장 위원장은 이런 전철(前轍)을 답습하지 말기 바란다. 전교조도 이익·이념단체 이전에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닌가. “나는 교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한 장 위원장의 말 또한 그런 의미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