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MB의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 나들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최민우 기자

4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이명박 대통령이 왔다. 2011 신년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신년음악회를 대통령이 직접 찾은 건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이다.

 문화예술계로선 반가운 소식이었다. 일종의 ‘소통음악회’였다. 신년음악회에 앞서 정·관계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신년인사회도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덕분에 이날 신년음악회는 유명 정치인·장관·재계 인사 등이 대거 참석한, 그야말로 ‘별들의 잔치’였다.

 공연은 90분 가량 이어졌다.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1악장,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 4악장 등을 연주했다.

 정씨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2005년이었죠. 당시 서울시장이셨던 이명박 대통령께서 직접 절 보자고 했어요”라며 자신이 어떻게 한국에 돌아와 서울시향을 이끌게 됐는지 등 이 대통령과 얽힌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죽어라 10년 정도 해야 세계 수준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5년 만에 외국에 나가 공연하니 창피할 만큼 칭찬을 많이 들었다”라는 대목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마이크는 객석에 앉아 있던 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새해 덕담을 건넨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 기부 하셨나요? 저 역시 기부 했습니다. 이번 신년음악회에서 모인 돈은 서해 5도 청소년을 위해 쓰여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신년음악회가 특별했던 건 ‘나눔 음악회’였기 때문이었다. 그저 한 해를 뜻 깊게 시작하자는, 친목 이상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서해 5도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인다는 건, 지난해 연평도 사태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실제로 이날 예술의전당 로비 곳곳엔 대한적십자사 모금함이 놓여 있었고, 계좌 송금도 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집행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문화부는 신년음악회와 관련해 산하 단체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서엔 ‘자발적인 기부’라고 명기돼 있으면서도 ‘입장권은 공연후원금으로 좌석당 20만원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 예술기관장은 “문화부 사무관한테 전화가 왔다. ‘주요 인사니 20만원은 내야 한다. 두 사람 오면 40만원’이라고 하더라. 말이 기부지, 사실상 할당 아닌가”라고 전했다. 또 다른 단체장은 “20만원을 내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자리가 좋은가. 아니다. 똑같이 돈 냈는데 누군 1층 중앙 자리 주고, 누군 3층 구석으로 몬다. 차라리 대통령 옆자리 100만원, 그 앞·뒷자리 50만원 등 좌석 구분해 티켓 팔고, 그 돈을 기부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기부금과 관련, 문화부 관계자는 “강제적인 건 전혀 없었다. 다만 기부 문화가 한국 사회에 정착되지 않았기에 ‘기부금’이 있다는 것을 알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상급 기관에서 액수 정한 공문 보내고, 전화까지 하는데 어떤 하급기관이 이를 ‘권유’나 ‘공지’로 받아들일까. 총 모금액수가 궁금해 문화부에 문의했더니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는 청와대에서 직접 챙겨 정확한 액수가 나오는 데엔 시간이 걸린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