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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다카르 랠리 개막] 강 건너 산맥 넘어 보름간 9594km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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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인간이 만들어낸 16일간의 지옥이 막을 올렸다. ‘죽음의 레이스’ 2011년 다카르 랠리가 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됐다. 세계 각지에서 온 400여 명의 선수는 17일까지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칠레를 거쳐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오는 9500여㎞를 달린다. 1979년 시작된 이 대회는 매년 유럽(프랑스 파리)과 아프리카(세네갈 다카르)를 가로지르는 코스에서 열리다 2009년부터는 3년째 아르헨티나~칠레 코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명칭은 여전히 ‘다카르 랠리’다.

 이날 아르헨티나 빅토리아에서 코르도바까지 열린 1구간 자동차 부문에서는 지난해 챔피언 카를로스 사인즈(49·스페인·사진)가 2시간18분32초의 기록으로 선두에 올랐다. 폴크스바겐을 타고 출전한 사인즈는 2위 스테판 피터한슬(프랑스·BMW)을 1분31초 차로 따돌렸다.

 다카르 랠리는 최악의 조건에서 진행되는 마라톤 랠리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에서 인내와 극기를 시험한다. 사막, 계곡, 정글, 밀림 등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데다 코스가 길고 험난해 ‘지옥의 랠리’로 악명이 높다. 그동안 이 대회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만 57명이나 된다. 한 해에 한 명 이상 숨진 셈이다. 그래서 다카르 랠리는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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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랠리에 출전한 자동차는 울퉁불퉁하고 장애물이 있는 곳을 시속 200km로 달린다. 잘못하면 사고가 나기 십상”이라며 “상용차를 개조한 차량이어서 안전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중엔 자동차 드라이버나 오토바이 라이더가 가장 많다. 지난해 대회에선 한 여성 관객이 코스를 벗어난 차량에 치여 숨지는 불상사도 있었다.

 다카르 랠리는 인권 단체로부터 생명을 경시하는 대회로 규탄받기도 했다. 88년 대회에서 아프리카인 세 명이 차에 치여 숨지자 로마 교황청은 “배고픔과 병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아프리카 땅에서 부와 힘을 과시하는 행위”라며 대회 중단을 권고했다.

 한국인으로는 88년 이향천과 박정룡이 처음 대회에 참가했고, 96년 김한봉이 처음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올해 대회에는 한국인 출전자가 없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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