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수리 공포’ 떨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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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는 수시에 미충원 등록기간 5일을 둬 수시에서도 추가 합격자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정시 모집인원이 더 축소된다는 뜻인데 재수생들에게는 공포다. 아무래도 재수생에게는 정시와 수능이 대학으로 가는 가장 넓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중대한 변화도 예정돼 있다. 수능 수리 영역이 대폭 바뀌는 것이다.

 우선 어떻게 바뀌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리 ‘가’형의 경우 수학Ⅰ, 수학Ⅱ에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과목이 추가된다. 각 과목의 공부할 내용은 조금 달라졌지만 교과과정이 재편성되었을 뿐 새로 추가된 내용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학습 부담은 가중됐다. 이전에는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이 선택과목이었고, 문항수도 30문항 중 5문항에 불과했다. 그런데 바뀐 교과과정에 따라 수학Ⅰ,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네 과목에서 고르게 출제될 것으로 예정돼있다. 네 과목 모두 7~8문항씩 출제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자신없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학습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인문계 학생들과 자연계 중·하위권 학생들이 선택하는 수리 ‘나’형은 가히 천지개벽이라 할 만큼 크게 바뀌었다. 기존의 수학 I에다가 ‘미·적분과 통계 기본’이 추가돼 학습 부담이 1.5배를 훌쩍 넘는다. 문항수가 적다면 포기하는 것도 고려해보련만, 수학Ⅰ과 미·적분과 통계 기본의 출제 비율이 50:50이라 포기할 수도 없다.

 보통 재수생은 내신이나 학교 행사 부담없이 오로지 수능에만 몰두할 수 있어 재차, 삼차 반복 학습할 수 있다. 이것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큰 강점으로 작용해 이른바 ‘재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그 프리미엄이 모두 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불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암담한 상황이다. 따라서 인문계 재수생은 올해 결코 반수를 꿈꿔서는 안 된다. ‘온전한’ 재수를 해야 한다. 보통 고3 교과과정에 미·적분과 통계 기본이 포함돼 있지만, 일선 고교에서는 분명히 고2부터 이른바 ‘진도를 뽑았을’ 것이다. 3월이면 이미 뒤처지게 된다. 즉 재수할까, 반수할까 우물쭈물하는 사이 재학생이 재수생을 앞질러 버릴 것이라는 뜻이다. 명심하라. 2012학년도 입시에서 ‘문과 반수’는 없다.

 수리 학습의 특성상 일정한 공부량이 전제돼야 실력도 늘 수 있고 점수 향상도 꾀할수 있다. 잔재주나 꼼수로 이렇게 큰 파도를 넘을 수는 없는 법. 오직 정면으로 돌파하는 길밖에 없다. 재수생의 어려움을 직시한 상태로 정면 돌파하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늦기 전에 재수를 시작하는 것이다. 수리 점수는 정직하게 공부량을 대변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 한 문제라도 더 푸는 실천만이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김찬휘 티치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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