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 50년만에 학위 72세 ‘할머니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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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교를 졸업하고 40여 년 만에 대학에 진학한 여성이 10년 만에 학·석사를 거쳐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주인공은 대구가톨릭대 영문과에서 학위 논문이 통과돼 다음달 박사모를 쓰는 김경자(72·사진)씨. 김씨가 쓴 논문은 ‘제임스 조이스의 정치의식’.

 김씨는 일본의 지배를 받은 우리나라와 영국의 지배를 받은 아일랜드의 역사적 배경에 공감대를 느껴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을 분석, 그의 조국에 대한 애착을 조명했다.

 경북여고를 졸업하고 잠시 교편을 잡았던 김씨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은 1980년무렵. 당시 정부에서 과외금지 조치를 내려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42)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교재를 구입,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했다.

 김씨는 영어 공부를 재개한 지 20년 만인 2000년 당시 환갑을 넘긴 나이로 지역의 한 대학 영어통번역 전공에 입학했고 2년 뒤 대구가톨릭대 영문과 3학년에 편입했다. 이어 그는 2004년과 2007년에 각각 석사와 박사과정에 진학, 학업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1남3녀 자녀는 물론 며느리와 손자를 위한 영어 교사 역할을 했고 지역의 한 전문대에서 기초회화를 가르치기도 했다. 김씨는 “학교 공부의 끝은 다른 공부의 시작”이라며 “작가가 되고 싶어 2월에는 경북대 평생교육원 창작과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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