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해는 야당 부진 때문에 버텼다 … 한나라당, 내년 악재 더 많아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2011년 위기론’이 불거졌다. 친이계 소장파들의 입장을 대표해온 정두언(사진) 최고위원이 불을 댕겼다.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6·2 지방선거 참패를 거론하며 “한나라당의 한 해를 결산해 보면 성적표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야당의 부진 때문에 버텼다”고 말했다. 그런 뒤 “내년에는 한나라당이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을까 한다. 한나라당은 더 나빠질 것이며, 악재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위기론을 폈다. 특히 “그동안 우리가 미루고 덮었던 일들이 내년도엔 많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해왔던 방향이나 방법으론 (정권 재창출이) 안 되는 부분들이 많다. 내년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앞장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생겨날 악재와 관련, 정 최고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3억원을 여권 실세에게 전달했다는데 누군지 못 밝혔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외곽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 인사전횡 의혹, 민간인 사찰 의혹까지 덮고 미뤘던 게 터질 수밖에 없을 걸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권 말기에는 다 그랬지 않느냐”고 말했다. ‘새로운 바람’에 대해서도 “당이 중도개혁적 색깔로 가야 한다. 이제 청와대가 하자는 대로 하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이 언급한 위기론은 일부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기류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당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더니 지역구에선 오히려 좋아하더라”고 귀띔했다.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 후 당내 소장파 의원 22명은 이미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을 만들어 “앞으로 물리력에 의한 국회 의사 진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도 우회적으로 국정 운영 방식을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와중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냉혹한 심판을 받았다”며 “효율·속도만 앞세운 일방통행식은 안 된다는 경고였고, 여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기 전에 국민의 마음을 살피라는 뼈아픈 질책이었다”고 말했다. 또 “천안함 이후 북한 도발에 대해 대통령 메시지 관리가 적절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와 통화에서 “한나라당은 7·14 전당대회 때 당 주도의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해놓고 청와대 눈치만 보고 거수기 역할을 했다”며 “이대로 가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효식·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