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햄릿'으로 뮤지컬 새 방식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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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화.전훈.장진, 이 세사람은 공통점이 여럿 있다.

먼저 20.30대의 젊은 극작가이자 연출가라는 점, 또 하나 소위 요즘 제일 '잘나가는' 기대주라는 위치, 그리고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감각파라는 주위의 평가다.

이 젊은 연극인들의 신작이 올 가을 연극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동안 비교적 작은 무대에서 평론과 흥행을 둘다 만족시켜온 이들이 좀더 큰 작품으로 관객의 심판을 받기 때문이다.

큰 공간의 운용과 많은 제작비, 흥행에 대한 책임 등 소극장과는 다른 여건 아래에서는 연출력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 때문에 이들의 진짜 실력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연극계 안팍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이제껏의 명성이 거품이었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무대인 셈이다.

이 가운데 전훈과 장진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뮤지컬 연출에 새롭게 도전한다.

서울뮤지컬컴퍼니가 6억원을 들여 제작해 11월 11일~12월 12일 호암아트홀 무대에 올리는 조광화 작.전훈 연출의 '록햄릿' (02-562-2600) 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을 록음악으로 풀어내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스토리는 가급적 제거하고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장면의 에피소드의 연결로 엮어 나간다.

뮤지컬은 연출가뿐만 아니라 요소요소를 담당하는 스텝들과의 앙상블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르인데도 지금까지의 한국 뮤지컬은 연출가 한사람의 능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록햄릿' 은 스텝을 보강해 좀더 진일보된 제작방식을 보여준다.

기성세대의 권위와 충돌하는 캐릭터로 새롭게 해석된 햄릿 역은 가수 신성우(김준원 더불캐스팅) , 청순미를 떨쳐버리고 가죽재킷으로 무장한 오필리어는 역시 가수인 리아(정영주 더블캐스팅) 가 연기한다.

음악은 '은행나무침대' '초록물고기' 등 영화음악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이동준씨가 맡아 강렬한 록사운드를 들려준다.

한편 11월 4~2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장진 작.연출의 '아름다운 사인' (02-516-1501) 은 철저히 상업적인 계산으로 올려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행에 관심이 모아진다.

관객의 흥미를 유발할 만한 '시체들의 수다' 라는 소재와 배종옥.조민기.고호경 등 TV스타 캐스팅이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얻어낼지 궁금하다.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랐던 조광화 작.연출의 '철안붓다' 는 관객동원에는 실패한채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유시어터는 불과 17회 공연하는 연극으로는 파격적 액수인 3억원의 예산을 써서 제작했지만 관객의 평가는 냉담했던 셈이다.

과연 다른 두 작품의 성적표는 어떻게 씌어질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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