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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항공모함 '삼검객'으로 美 항모에 도전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동북아 지역 항공모함 추가배치를 둘러싸고 미·중간의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워싱턴 타임즈 인터넷판은 27일 중국군이 미국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중거리 대함 탄도미사일 '동펑-21D(DF-21D)'를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DF-21D는 중국이 세계최초로 개발한 대함 탄도 미사일(ASBM) 로 자탄이 여러개로 분리되면서 갑판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도미사일로 움직이는 함정을 공격하는 데는 항공과 해상센서 및 네비게이션 시스템과 정밀유도기술이 필요하다. 그동안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 개발이 알려지면서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동펑-21D' 개발이 완료되면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로 들어오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탄도미사일은 낙하 속도가 빨라 요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의 항공모함 공격 시나리오. 이 그래픽은 주하이 에어쇼에서 중국 군수업체 '항공우주과학공업'이 선보인 '해안방어시스템개념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개념도에는 중국의 무인정찰기가 미 항모를 감시하고 '반항공모함삼검객' 미사일(C-602, C-705, C-802A )로 항모전단을 공격하는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위 그래픽에는 새로 배치된 DF-21D 미사일을 추가했다. 그래픽=김대하 기자


이에 앞서 26일 중국 언론들은 "미국이 서태평양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을 3개로 늘리고 있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인민인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샌디에이고 항을 떠난 칼 빈슨호가 서태평양으로 이동 중이라고 26일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로널드 레이건호까지 서태평양으로 파견키로 했다며 “미국과 한국의 북한에 대한 강경 태도가 여전한 가운데 세계인들은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관영 신화사 통신은 미국 CNN 등을 인용해 "이미 일본에 배치된 조지 워싱턴호와 막 괌에 도착한 칼 빈슨호에 이어 서태평양 지역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3개로 늘어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한국이 끝없이 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등 양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조금의 성의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의 3개 항공모함 전단이 동북아시아에 출현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동펑-21D' 실전배치는 미국과의 기싸움 성격이 짙다. 미국과 G2로 부상한 중국은 아시아의 맹주로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중국의 '대국굴기(큰 나라로 일어선다)'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미국의 항공모함이다. 멀리는 '대만사태'에서부터 '연평도'에 이르기 까지 미국의 항공모함은 수 십년 동안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걸림돌이 돼 왔다. 중국 군부는 미국 항공모함 추가배치는 '60년 내 최대 군사위협'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항공모함에 대한 공격 능력을 은근히 과시하며 미국을 위협했다. 지난 11월 열린 '주하이 에어쇼'에서 중국 최대의 군수업체인 '항공우주과학공업그룹'은 '해안방어 시스템 개념도'와 함께 '반항공모함삼검객(反航空母艦三劍客)'이라는 이름으로 세 종류의 미사일을 공개했다. 지상은 물론 함정과 항공기에서 발사되는 C-602, C-705, C-802A 미사일이다. 이날 공개된 중국의 해안 방어 개념도에는 중국이 C-602, C-705, C-802A 미사일로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구체적인 제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 미사일들은 2009년 중국이 건국 60주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첫선을 보인 반항모 미사일 '잉지(鷹擊·YJ-62, 83)' 계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 항공기, 지상에서 모두 발사 가능한 '잉지 미사일'은 수면위 7-20m로 저고도로 순항하며 비행 노선을 수시로 변경해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다. 사거리와 탄두무게에 따라 C-602, C-705, C-802A 로 분류된다.

사거리가 70km-300km에 이르는 '반항공모함삼검객' 여러 대가 동시에 발사되면 항모의 방공 시스템을 교란해 한 발만 명중해도 적함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이 외에도 중국은 '항모킬러'로 불리는 초음속 순항미사일 '창젠(長劍)-10' 순항 미사일 50∼250기를 최근 실전 배치했다. 창젠은 사정거리가 1천100㎞에 달한다.

지난 2007년 발표된 미국의 국책전략연구소인 랜드연구소의 '용의 소굴로 들어가기(Entering the Dragon's Lair·2007)' 보고서는 중국의 항공모함 공격 시나리오를 제기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은 분쟁지역에 투입되는 미군 항공력의 80%가 항모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항모전투단의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신예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 슈퍼호넷 전투기, 잠수함 등으로 2중, 3중어 방어체계를 갖춘 미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항모는 큰 몸집 때문에 레이더, 적외선, 음파탐지장비(SONA) 등으로부터 완벽하게 은폐되지 못해 무적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전투기와 미사일, 잠수함 등으로 미 항모를 동시다발로 기습 공격하면 항모의 전투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조지워싱턴 호 1척으로는 중국의 공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항모를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고 결론 맺었다.

미국이 기존의 조지 워싱턴호와 칼 빈슨호, 로널드 레이건 함 등 세척의 핵추진 항공모함을 이 지역에 배치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깔려있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이 대함 탄도미사일을 배치함으로서 동북아에는 미·중간의 '장군멍군' 식 기세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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