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아도 닦아도 흐르는 눈물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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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사회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원봉사자 등 2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김숙자씨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나눔·봉사 가족 초청 오찬’에서 강원도 삼척의 초등학교 교사 김숙자씨의 사연을 듣고서다.

김씨의 딸 심민정씨는 서울대 아동소비자학과를 졸업한 뒤 25세 때인 2006년 1월 아프가니스탄으로 장기 봉사활동을 떠났다. 그러나 그해 10월 현지에서 A형 간염에 걸려 급히 귀국했고, 여동생의 간 일부를 이식 받으며 2개월간 투병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후 김씨는 딸의 결혼자금으로 준비한 3000만원으로 2007년부터 ‘아프가니스탄 심민정 장학기금’을 운영하며 현지의 가난한 여대생들을 돕고 있다.

김씨가 오찬에서 “간 손상으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몸으로 들것에 실려 인천공항을 나오면서도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던 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딸보다 더 열심히 나누며 살아야 천국에서 딸을 만날 수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두 사람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고, 다른 참석자들도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찬엔 평소 봉사·기부에 힘써온 각계각층의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관계기사 18면>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숨어 있는 봉사자들을 찾느라 몇 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성악교습을 해온 팝페라 가수 이사벨씨는 “‘더 따뜻한 대한민국’이란 인터넷 나눔 카페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도 가입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남 모르게 봉사하는 분들이 있어 한국 사회가 따뜻하게 유지될 수 있다”며 “나도 은퇴하면 더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또 “재능으로 하는 봉사, 말로 하는 봉사, 물질적으로 하는 봉사 등 여러 형태가 있는데 (특히) 힘든 사람들이 봉사하는 것을 보면 감사하다”고 했다. 본인의 재산 기부에 대해선 “시간이 없어 (재능 봉사 등 다른 방법으로) 그렇게 못하니까 물질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찬 행사의 사회는 지난해 신종 플루로 7세 된 아들을 잃은 뒤 아들의 사망보험금 전액을 아이티 긴급구호후원금으로 기부한 탤런트 이광기씨가 맡았다. 이 대통령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많은 봉사를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젊은이, 이런 연예인이 있어 한국엔 미래가 있다”며 이씨를 격려했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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