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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에 한류를 일으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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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송병준
게임빌 대표

“도대체 스마트폰이 뭐기에!”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전 세계에 불기 시작한 스마트폰 열풍은 그동안 정보통신(IT) 기기에 별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눈을 돌리게 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는 듯하다.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 하던 이들도 며칠 써보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늘어놓는다. 이렇게 스마트폰·태플릿PC에 의해 촉발된 ‘차세대 이동형 단말기 전쟁’은 지금 활활 타오르며 고객의 손길을 유혹하고 있다. 더불어 와이파이존 등 모바일 인프라까지 초고속으로 마련되고 있다.

 모바일게임 산업에 몸담은 필자로서는 이렇게 급물살을 타며 발전하는 새 시대 모바일 환경이 긴장과 흥분으로 다가온다. 바야흐로 ‘모바일시대의 게임 한류’를 불러일으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언제 그런 적이 있었을까 싶지만, 10년 전 처음 게임을 만들 때만 해도 우리 기술력에 비해 출시 단말기의 사양이 낮아 고생이 많았다. 요즘 쏟아지는 단말기들은 빠른 속도감, 고화질 해상도, 섬세한 터치 방식 등 웬만하면 최첨단이다. 이것만 봐도 개발 환경이 훨씬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게임 개발사들의 기술력과 창의력도 세계 수준이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 걸맞은 재미를 주는 게임의 기획이나 개발 노하우는 탁월하다. 실제로 우리 모바일게임은 그간 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보여 왔다.

해외시장 진출 초기 외국 모바일게임 종사자들은 단추 하나만 누르는 원버튼 형식의 단순함과 편리함 속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버무리는 한국 개발업체들의 솜씨에 감탄하곤 했다. 사실 원버튼 형식 게임은 동양인보다 손가락이 크고 굵은 서양인들에게 훨씬 편리하다. 당시 해외 게임업계는 기존의 유명 게임을 휴대전화에 그대로 이식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한국 모바일게임 업계의 기술력과 남다른 발상은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최근 애플의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 장터인 ‘앱스토어’ 등 글로벌 오픈 마켓을 중심으로 형성된 모바일 콘텐트, 모바일 앱 생태계를 보면 우리나라가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앱스토어에는 총 30만 개 이상의 앱이 존재하며 그중 5만5500여 개가 게임이다. 세상은 점점 더 개방화해 국경을 넘어 세계가 하나의 전쟁터로 변모했다. 이런 무한경쟁 시대에 다시 선두주자로 나서려면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특유의 창의력을 무기 삼아 세계에서 통할 핵심 재미 요소를 게임 속에 담아야 한다. 우리에겐 안목 높은 국내 사용자들에게 오랫동안 단련되고 검증받아온 창작 경험과 최고의 기술력이 있기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해외시장에 적합한 표현 양식이나 배경음악 등 부수적이지만 게임의 맛을 더해 주는 ‘양념’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정치권의 적극적 지원과 제도 개선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오픈 마켓용 게임의 사전 심의 예외 적용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속히 처리돼야 한다. 또 무선 인터넷망을 더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도 나와야 한다. 이런 우호적 환경에 한국 특유의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끼’가 결합된다면 TV 드라마나 대중음악계가 보여준 이상의 모바일 콘텐트 한류를 일으킬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송병준 게임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