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 쇠파이프·삽 휘둘러 해경 4명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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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낮 군산시 어청도 북서방 130㎞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의 선원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해경의 단속을 막고 있다. [해경 제공]


18일 낮 12시5분쯤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북서방 130㎞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에 우리 해경 고속정이 접근하자 중국선원들이 무자비하게 대항했다. 쇠파이프와 뭉둥이·삽 등을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해경 대원들은 일단 물러났다가 다시 2차 승선을 시도했다.

 하지만 중국 선원들은 더 난폭하게 흉기를 내저었고 배에 오르려던 문상수 순경이 쇠파이프에 맞아 오른팔이 부러졌다. 박영웅 경장 등 다른 세 명의 머리와 어깨·무릎 등에도 무차별적으로 흉기가 날아왔다.

 이날 벌어진 해경과 중국 어선의 충돌은 예견된 사고였다. 지난 9월 우리 측의 금어기 해제 이후 중국 어선들이 수십 척씩 무리를 지어 국내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일삼으면서 우리 해경과 숨바꼭질을 계속 벌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어청도 주변은 평소 불법조업이 극심하게 이뤄지던 곳 중 하나다. 인천·목포 앞바다와 함께 서해안 3대 어장으로 불릴 만큼 각종 어류자원이 풍부한 해역이다.

 이 때문에 산둥(山東)반도에 있는 칭다오(靑島)·웨이하이(威海) 등에서 출항한 어선들이 야간이나 새벽을 틈타 우리 해역에서 대규모 포획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조성되곤 했다. 이번 사고도 중국 어선 50여 척이 무리 지어 불법 조업을 하던 중 이를 단속하려는 해경의 추적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우리 해경과 중국 어선의 크고 작은 충돌은 끊이질 않았다. 지난달 29일에는 제주시 차귀도 남서쪽 61㎞ 해상에서 1500t급 경비함이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중국 선원들이 집단 폭력으로 맞서 해경 6명이 부상했다. 2008년 9월에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서쪽 73㎞ 해상에선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가 검문을 막는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이처럼 불법 조업이 끊이지 않는 것은 중국 측 어장은 황폐화된 반면 한국 연안은 어족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어선 난립, 남획으로 연안의 고기 씨가 말라 사실상 어로행위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중국 어선들은 한국으로 가야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포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불법 어로에 나선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어선이 불법어로를 하다 적발될 경우 우리 정부에 내는 담보금(한 척에 5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이 부담되는 탓에 해경 단속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군산해경 노상규 경장은 “중국 어민들이 한국 바다로 나가야만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 조업을 나온다”고 말했다. 또 불법 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규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이들 어선 단속에 미온적인 것도 불법 어로행위를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군산=장대석 기자

최근 2년간 중국어선 불법조업 일지

▶ 2008년 9월 25일 목포 소흑산도

- 중국어선 10여 척 집단저항

- 경찰관 1명 사망, 6명 부상

▶ 2008년 11월 24일 인천 소청도

- 중국어선 30여 척 집단저항

- 경찰관 1명 부상

▶ 2010년 11월 29일 제주도 차귀도

- 중국어선 15척 집단저항

- 경찰관 6명 부상

▶ 2010년 12월 18일 군산시 어청도

- 중국어선 경비정 들이받아 어부 2명 사망 또는 실종

- 경찰관 4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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