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home&] 손뜨개, 후다닥 떠도 오래 남을 선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1면


“일본인들은 일단 자기가 쓸 물건을 뜨고 나중에 다른 이를 챙겨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선물을 하려고 손뜨개를 해요.” 손뜨개업체 ‘바늘이야기’를 운영하는 송영예(43) 대표의 말이다. 손뜨개 선물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들인 그 애틋한 시간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태생은 유럽이지만 ‘정’으로 통하는 우리네 정서에도 딱 맞는다. 닷새 남은 크리스마스, 바쁜 시간을 쪼개 사랑과 온기를 품은 손뜨개 선물을 해보는 게 어떨까. 지금부터 준비하면 작은 선물 하나는 완성할 수 있다.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손뜨개 선물을 송 대표에게서 들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르신에겐 다소 튀는 색 머플러

1 트위스터 머플러. 3개의 목도리를 좁게 떠서 머리 따듯이 연결하면 된다. 2 핸드워머. 신축성이 좋은 실로 떠야 한다. 3 조끼. 단추 달기가 어렵다면 수선점에 맡기면 된다. 4 아기 모자. 극세사실로 떠야 한다. 5 가디건과 모자. 어렵지는 않으나 만드는 데 꽤 시간이 걸리는 편.

머플러는 손뜨개의 클래식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선물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손뜨개’가 일상이었던 어르신들이 그 정성만은 알아줄 게다. 게다가 머플러 하나를 짤 수 있으면 다른 것으로 변용이 가능하다. 요즘 유행하는 넥워머·핸드워머뿐만 아니라 어깨에 두르는 숄도 머플러를 뜨는 방식과 동일하다.

 초보라면 머플러는 완성하는 데까지 30시간은 잡아야 한다. 하루 대여섯 시간 빠듯이 하면 닷새 남은 크리스마스까지 겨우 댈 수 있다. 실은 캐시미어·알파카·메리노울 등 고급을 택한다. 어르신들은 모직 재질의 옷을 많이 입으므로 털이 묻지 않는 실을 쓰는 게 좋기 때문이다.

 5~8ply(실굵기 단위)의 가는 실을 쓴다. 가격은 비싼 편. 머플러를 뜨는 데 300g의 실이 드는데, 캐시미어 등 고급 실은 50g 기준으로 8000원~1만원이다. 실의 색깔은 밝고 화려한 색을 고른다. 어르신들은 점잖은 색을 원하는 척하지만 다소 튀는 색을 짐짓 반긴다. 빨간색은 대체로 환영받고, 조금 부담스럽다면 와인색·자주색을 선택하는 것도 무리 없다. 실을 사면 굵기에 따라 필요한 줄대바늘이 다른데 대체로 상점에서 추천해준다.

 40코를 잡고 280단으로 뜬다. 그러면 길이가 1.6m 정도가 나온다. 겉뜨기와 안뜨기를 반복해 나가는 고무뜨기가 하기 간단하고 모양도 잘 나온다. 실을 떠 나갈 때도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섬세하게 뜨는 게 좋다. 실이 가늘어 엉성하면 티가 나기 때문. 겉뜨기와 안뜨기는 인터넷이나 동네 뜨개숍에서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송 대표는 “보통 1시간 정도면 초보라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젊다면 차분한 색 넥워머·핸드워머

젊은 층에게는 요즘 인기인 넥워머·핸드워머가 좋다. 머플러를 뜨는 것과 비슷하지만, 잡는 코의 수와 길이가 다르다. 넥워머는 50코, 250단 정도를 잡고 뜨면 목에 두 번 정도 감을 정도로 풍성하게 나온다. 실이 굵기에 머플러보다 많은 약 500g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은 풍성한 질감을 선호하기 때문에 10ply 이상의 굵은 실을 택한다. 역시 고무뜨기를 하면 쉽다. 하루에 4~5시간을 들이면 닷새 안에 짤 수 있다.

 실은 아크릴과 메리노울을 섞은 혼방사, 꼬임이 통으로 돼 있는 로빙사, 색감이 현대적인 실크메탈실이 좋다. 이런 실들은 50g에 5000원 정도로 비싸지 않은 편. 젊은이들은 의외로 어두운 색을 선호한다. 회색이나 검정, 아이보리나 카키색 정도가 적당하다. 질감은 풍성한 게 좋다.

 대신 핸드워머는 팔에 착 달라붙어 흘러내리면 안 되므로 탄력 있고 가는 실을 쓴다. 혼방사는 안 되고, 알파카가 적당하다. 100g 정도면 완성할 수 있다. 60코, 60단을 잡아 뜨면 둘레가 24㎝ 정도 나온다. 핸드워머는 손바닥 위로 반 정도 올라가는 높이가 가장 적당하다. 또 엄지손가락이 나오는 구멍이 필요한데, 코의 5분의 1 정도 되는 곳은 남겨놓고 떠야 한다.

아기에겐 앙증맞은 극세사 모자

겨울이면 유독 추워 보이는 아이들의 머리를 따뜻하게 가려주는 데는 모자가 최고다. 모자는 꼬마들의 머리에 직접 닿는 것이니 실을 고르는 데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송 대표는 “요즘은 탁텔(극세사) 소재를 쓰는 편”이라며 “피부에 닿아도 문제가 없는 재질”이라고 말했다. 탁텔은 화학섬유이지만 가공 공정이 까다로워 50g에 1만원 정도로 비싸지만, 잔털감이 거의 없어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다.

 7~8ply 정도의 가는 실이 적당하다. 파스텔톤이 무난하다. 모자는 대개 50~60코, 40단을 잡아 뜨면 된다. 둘레뜨기로 안의 솔기를 없애주는 게 포인트. 계속 겉뜨기를 하다 정수리 부분은 두 코씩 모아 줄여주면 된다. 모자가 까다로워 머플러를 선택한다면, 18코, 120단으로 뜨면 1m 길이로 나온다.

독특한 걸 원한다면 덧신이 좋아

손뜨개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고 일반적이지 않은 선물을 원한다면 덧신이 좋다. 송 대표는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보통 실내에서 맨발, 양말을 신고 다니거나 슬리퍼를 신는다”며 “겨울철 발이 시리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요즘 들어 덧신 선물이 인기”라고 말했다.

덧신은 모양에 비해 까다롭지는 않은 편. 실 중에서 미끄럽지 않고 포근한 면혼방을 쓰는 게 가장 좋다. 일자로 떠서 발 들어가는 부분만 줄여서 꿰매면 된다. 발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2코를 잡고 26단을 뜬 뒤 원형으로 이어서 18단을 뜬다. 도안은 ‘바늘이야기’ 홈페이지(www.banul.co.kr)에서 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