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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 리얼리티쇼 ‘톱 셰프 마스터즈’(QTV 방영)의 진행자 켈리 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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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되자마자 케이블 채널 브라보(Bravo)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톱 셰프 마스터즈’의 호스트 켈리 최(한국명 최은영·33)를 처음 본 것은 2007년 뉴욕 초콜릿 쇼에서였다. 세상의 온갖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이 연례 쇼에는 항상 초콜릿 의상 패션쇼가 등장한다. 최씨는 그날 초콜릿 드레스를 입고 허리를 조금 움직이면 초콜릿이 부서지려나 불안한 듯, 하지만 색다른 드레스가 흥분되는 듯 웃으면서 런 웨이를 걸었다. 그 유명한 포드 모델에이전시 출신에 뉴욕포스트 선정 ‘가장 섹시한 뉴요커’에 뽑혔던 경력이 있는 그가 아닌가. 맨해튼 부티크 에이스 호텔. 어두운 조명, 모두 패션 모델처럼 차려 입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앉아 있는 곳에 켈리 최는 발랄한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프리랜서 조진화

“세계 최고 셰프들과 일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호박 새우젓 국에 말아먹는 밥”

그를 보자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혹시, 개고기 드시나요.”

 “아니요. 아직 못 먹어 봤어요. 그거 똥개를 잡아서 끓이는 거죠? 닭똥집, 메기 간, 송아지 뇌는 먹어봤는데….”

 켈리는 뉴욕시정부 산하 TV채널인 ‘NYC 라이프’에서 제작하는 ‘잇 아웃 뉴욕 (Eat Out NY)’의 호스트로 푸드 저널리스트를 시작했다. 같은 채널에서 방영되는 뉴욕시의 숨겨진 명소를 찾아다니는 ‘시크릿 오브 뉴욕’으로는 에미상을 받았다.

 뉴욕시에 퍼진 7000여 개의 레스토랑 주방을 휘젓고 다니며 프로듀서, 작가, 디렉터, 호스트까지 1인 4역을 해내고 있던 2009년 어느 날. 자신을 키워줄 소속사도 없이 그저 뉴욕 바닥을 홀로 뛰던 그에게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브라보채널의 ‘톱 셰프 마스터즈’ 프로듀서입니다. 내일 LA로 오셔서 우리 PD들 좀 만나보시겠어요.”

 “네. 뭐라고요. 지금 당장 갈게요.”

 켈리 최 판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2009년 처음 방영된 ‘톱 셰프 마스터즈’는 브라보채널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리얼리티쇼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 열기를 이어받아 시즌 2를 촬영했고 미국에서는 7월 중순 종영됐다. 한국에서는 다음주 20, 21일 오후 7시 QTV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이 쇼는 유명 셰프들이 각 회마다 다양한 음식 콘테스트를 치르면서 떨어져 나가고, 마지막 남는 1명의 셰프가 10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게 되는 내용이다.

 브라보채널의 LA 스튜디오에 도착했던 켈리는 약간 움츠러들었다. 스튜디오 크기며, 사람들이며 전혀 다른 세계였다. 시골 쥐가 서울 온 느낌이랄까.

 “여기가 할리우드구나 싶더라고요. 많은 PD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하는데, ‘이거 망치면 안 되는데…’ 생각이 들더군요. 불안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시즌 2에서는 좀 적응이 됐는지, 카메라가 있는 것도 잊어버렸어요. 제가 하는 일에만 집중하니까 더 나은 모습이 나온 것 같아요.”

 시즌 2는 지난해 11월 한 달간 LA에서 모든 촬영을 마쳤다. 새벽 4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지만, “하루도 피곤하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꿈에 그리던 일인 만큼 진정 즐겼기 때문이다.

●‘잇 아웃 뉴욕’에선 모든 일을 지휘하다가 ‘톱 셰프 마스터즈’에선 호스트만 맡 았는데.

 “뉴욕에서는 카메라맨 두 명과 거의 모든 일을 했습니다. 6개월 만에 수십 개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닫는 뉴욕시 레스토랑의 현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그대로 탈 수 있죠. ‘톱 셰프 마스터즈’에서는 그보다는 제 역할이 축소되긴 했죠. 제가 음식에 대해 한 코멘트도 많은데, 셰프들이 중심이다 보니 많이 편집됐어요. 뭐랄까… 제 코멘트를 화면에서 많이 못 봐서 그립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기는 어려워요.

●가까이서 느낀 톱 셰프들의 특징은 뭔가요.

 “그들은 이미 유명해진 셰프입니다. 유명세가 목적이 아니라 요리를 향한 자신만의 열정을 찾는 거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전문가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아세요. 말이 없어도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각 셰프들의 요리를 보면 그들만의 어린 시절이 그대로 드러나요. 어렸을 때 먹었던 것, 자라면서 맛봤던 것, 성격까지 그대로 나옵니다. 특히 접시에 음식을 담을 때 그대로 드러나죠. 시청자들이 맛은 못 보겠지만 심사위원들의 평과 셰프들의 표정을 보면서 맛을 상상할 수 있을 거예요.”

●‘톱 셰프 마스터즈’ 출연 후 자신의 달라진 점은.

 “‘잇 아웃 뉴욕’을 촬영하는데 셰프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귓속말로 어떻게 하면 ‘톱 셰프 마스터즈’에 출연할 수 있느냐고 물어오더군요. ”

 시즌 3은 나올까.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켈리는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한다.

 켈리는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TV 저널리스트 쪽으로 전공을 하고 싶었다. 교수가 작문 실력이 좋다면서 잡지 전공을 추천했다. 한국에서는 한때 MTV의 VJ로 활동했고, 뉴욕에서는 에이전시 ‘포드’사 소속으로 모델 활동도 했다.

●모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절대 안 해요. 사실 모델들은 날씬함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수당을 받는 직업이에요. 이것 저것 못 먹는 것도 너무 많고요. 먹고 싶은 것, 먹고 싶을 때 먹으면서 살래요.”

 유명 셰프 보비 플레이는 최근 자신의 TV쇼에서 색다른 김치 샐러드 레시피를 선보였다. 식초, 올리브유, 간장까지 버무리는 정체 불명의 김치였다. 블로그에서는 난리가 났다. 대체 그가 김치를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거냐고. 이 사건에 대한 켈리의 해석은 이렇다.

 “외국인들은 한식 하면 불고기만 생각해요. 냉면, 콩국수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하지만 불고기를 미끼로 그들을 한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괜찮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플레이의 김치가 이상해 보여도 그의 프로그램으로 김치를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김치에 대해 눈을 뜨잖아요. 그것이 출발입니다. 왜 꼭 전통인가 아닌가 판단을 해야 하나요. 좋은 한식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심각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한식 세계화에 대한 켈리의 생각이 이어진다.

 “불경기와 자연재해, 걸프해의 오일 사태….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찾는 것은 편안한 음식이에요. 쉽게 먹으면서 마음도 편해지는 그런 고향 같은 음식을 찾고 있죠. 하지만 한식은 너무 딱딱합니다. 전통을 강조하면서, ‘한식은 이래야만 해’라는 고정관념을 강요하고 있어요. 물론 전통도 중요하지만, 결국 음식은 맛으로 말해야 합니다. 거추장스러운 형식이 아니잖아요. 젊은 세대들이 한식을 재해석할 수 있는 공간도 허락해 주세요. 새로운 한식이 등장해도 불안해하지 마세요. 가장 맛있는 음식은 엄마가 만들어주는 음식이잖아요. 그런 마음의 음식에 집중해야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요.

 “애호박에 새우젓 넣고 끓인 단순한 호박국에 말아 먹는 밥이죠. 하하. 그리고 아파트에서 배달해 먹는 자장면, 아줌마들이 분식집에서 만드는 손만두, 스팸 넣어 끓여먹는 김치찌개를 제일 즐겨요.”

●세계화가 가장 유망한 한식을 꼽으라면.

 “갈비, 잡채, 김치찌개죠. 은근한 불에 오랫동안 요리하는 갈비 음식은 미국, 프랑스 등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있어요. 또 세상에서 누들 안 먹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중에서도 잡채는 누구의 입맛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치 또한 발효된 야채, 피클이죠. 독일의 사우어 크라우트도 신맛이 김치랑 비슷하고, 러시아에도 그런 피클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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