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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 아시안컵 끝으로 대표팀 은퇴할 생각 확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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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6일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는 묘한 바람이 불었다.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명지대와 연습경기 후 주장 박지성(29·맨유·사진)이 내년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할 거라는 소식을 접했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경기 관전 중 기자들을 만나 “지성이는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후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박씨가 밝힌 이유는 두 가지. 일단 체력적 문제다. 그는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10시간에 달하는 비행을 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도 몸이 붓는데, 지성이는 수술한 무릎에 물이 찬다. 주치의도 이 부분을 경고했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는 생각도 있다. 박씨에 따르면, 박지성은 “내가 없어야 4년 뒤 이청용 같은 걸출한 후배가 나온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도 대표팀의 미래는 밝다. 내가 없다고 무너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고 한다.

 박지성이 대표팀 은퇴 얘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남아공 월드컵 직전에도 그는 “아시안컵 후에는 소속팀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아시안컵을 한 달여 앞두고도 소신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아버지 박씨가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은퇴 여부는 조광래 감독과 협의를 거쳐야 해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대표팀에는 캡틴이 떠난다는 소식이 영 반갑지 않다. 조 감독은 “얼마 전에도 지성이에게 2014년 브라질에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 아시안컵 후 한 차례 더 ‘월드컵 8강까지 갈 수 있는 팀을 함께 만들자’고 부탁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표팀 염기훈(수원)도 “개인적으로는 은퇴에 반대다. 우리 후배들이 배울 점이 아직 많다. 해외파의 빠른 템포는 함께 뛰며 배워야 한다. 조금만 더 뛰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연습경기에서는 대표팀이 명지대를 4-0으로 이기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지동원(전남)과 김보경(오이타)·조영철(니가타)·김신욱(울산)이 골맛을 봤다. 특히 제주도(추자도) 출신 지동원은 고향에서 조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동점·역전골을 터뜨리며 동메달 주역이 됐던 그가 K-리그 득점왕 유병수(인천), ‘독일파’ 손흥민(함부르크) 등과의 공격수 경쟁에서 앞서가는 모양새다.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지동원-박주영’ 투톱을 주의 깊게 지켜본 조 감독은 “아시안컵에서는 지동원을 앞에 세운 뒤 박주영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해 볼까 한다. 지동원이 앞에 서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는 박주영이 수비를 헤집고 다니며 골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동원의 아시안컵 발탁 의사를 내비쳤다. 지동원은 “골은 넣었지만 오늘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확실히 내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서귀포=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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