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일부 소장파 “물리력 동원한 법안 처리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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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 일부 소장파 의원이 “국회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쟁점 법안 등을 강행 처리하는 일을 앞으로 거부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16일 발표키로 했다. 또 자신들이 향후 법안 강행 처리에 동참할 경우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의지도 성명에 담기로 했다. 이 같은 논의는 김성태·김세연·김성식 의원 등 한나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일부 의원의 15일 논의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일부 중진 의원을 포함한 다른 의원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으며, 서명이 완료되는 대로 16일 오후 성명서와 서명 의원을 함께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로 ‘폭력 국회’가 조성된 데 대한 자성론에서 출발했다고 의원들은 밝혔다. 지도부 인책론을 제기해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기보다 국회 선진화에 본인들이 먼저 나서겠다는 뜻이란 것이다. 한 참여 의원은 “지도부를 탓하기 전에 우리의 잘못을 먼저 반성하기로 한 것”이라며 “앞으로 청와대나 당 지도부가 물리력을 동원해 법안이나 주요 정책의 국회 통과를 강요하면 총선 불출마까지 각오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명을 검토했던 의원들 일부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실제 얼마나 많은 의원이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민본21’ 소속 의원들은 김무성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예산안 심의 과정이 미비해 국민을 실망시키고 국회의 위상이 실추돼 안타깝다”는 입장도 밝혔다.

 소장파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것은 최대 현안인 ‘한·미 FTA 처리’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여야의 물리적 충돌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강행 처리 거부’ 방침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당 지도부와는 어떤 마찰을 빚을지 주목된다.

백일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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