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장애인 아시안게임 선수들에게 관심과 박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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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윤리(36)씨. 2008년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낸 장애인 사격계의 스타. 그녀는 13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 예선에서 10위를 기록해 결승전 티켓을 놓쳤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14년 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그녀의 다리에선 아직도 경직이 일어난다. 대회 출전 직전 전기장판에 발을 데어 2도 화상까지 입었다. 극도로 예민한 사격 종목이라 부상과 다리 경직이 정확도를 떨어뜨렸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오늘 소총 3자세 금메달에 도전한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에 의지하는 홍석만(35)씨. 아테네·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육상에서 금메달 3개를 거머쥔 세계적인 선수다. 14일 남자 800m에서 가볍게 금메달을 땄다. 그가 올해 6월 세운 육상 800m 세계신기록(1분34초91)은 비(非)장애인 선수의 세계기록(1분41초01)보다 6초 이상 앞선다. 휠체어 바퀴 덕분이라고? 아니다. 그는 밤마다 운동장을 200바퀴 이상 돌 정도로 엄청나게 노력했다. 팔 근육이 웬만한 사람의 허벅지 같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지난달 폐막한 본 아시안게임에 비해 한참 떨어져 유감이다. 장애인 선수들에게도 국민적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말자. 평소 출장안마로 생계를 꾸리다 이번 대회 텐핀볼링에서 금메달을 딴 시각장애인 김정훈씨처럼, 한 명 한 명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이다. 나아가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 여부는 선진국의 척도이기도 하다.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종합 13위)도 대한민국의 객관적인 국력 순위와 비슷하지 않은가. 한국의 등록장애인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42만 명. 연평균 8%씩 늘고 있다. 거의가 이윤리씨처럼 후천적 장애인이다. 이들에게 고용촉진·생계보조 못지않게 스포츠를 즐길 기회와 여건도 한껏 넓혀주어야 마땅하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비장애인’들과 당국의 관심과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