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협 요구한 대출계약서 대신 … 현대그룹, 2차 대출확인서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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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14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 계약서(약 1조2000억원) 또는 구속력 있는 텀시트(세부계약 조건을 담은 문서)를 내지 않았다. 그 대신 나티시스은행에서 발급받은 2차 대출 확인서를 이날 제출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3일 나티시스은행이 발급한 1차 대출 확인서를 주주협의회에 제출했었다. 주주협의회는 1차 대출 확인서의 효력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대출 계약서나 텀시트를 14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해왔다.

 현대그룹은 “2차 대출 확인서에 ‘나티시스은행이 본건 대출과 관련해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 계열사가 제3자에게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 또는 현대건설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거나 보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3자가 나티시스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해 본건 대출이 이뤄졌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게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 계약서 제출은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유례가 없고, 관례에서 벗어난 요구로 인수 양해각서(MOU)상 주주협의회와 합의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벗어난다”며 “대출과 관련해 텀시트를 작성하지 않아 텀시트는 아예 제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자금 중 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동양종금증권도 이날 주주협의회에 투자 조건에 대한 소명 자료를 제출했다.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이르면 15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현대그룹이 제출한 2차 대출 확인서가 텀시트에 준하는 문서인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현대그룹이 제출한 2차 대출 확인서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주주협의회는 MOU를 해지할 수 있는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10일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해 당장은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이미 주주협의회가 검증을 할 수 없다고 평가 내린 대출 확인서를 현대그룹이 재차 낸 것은 아무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병철·권희진 기자

◆대출 계약서·확인서=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대출하면서 은행 측과 계약한 내용을 담은 서류가 대출 계약서다. 현대그룹은 대출 계약서 요구가 입찰 규정은 물론 M&A 관례에도 맞지 않다며 나티시스은행이 “무담보·무보증 대출을 했다”는 내용을 적어 발행한 대출 확인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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