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5000원짜리 ‘통큰치킨’ 16일 판매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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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소비자 가격 5000원인 ‘통큰치킨’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롯데마트 영등포점에서 통큰치킨을 사러 온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마트가 결국 5000원짜리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마트는 13일 ‘고객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보도자료에서 “통큰 치킨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반영하는 차원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판매 일주일 만에 접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이미 구매한 5만여 마리는 연말까지 각 점포 인근에 거주하는 불우이웃에 기부하고, 5000원짜리 치킨 외에도 매장에서 모든 프라이드 치킨을 당분간 팔지 않기로 했다. 롯데마트 측은 “예상치 못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판매를 중단하게 된 것에 대해 고객 여러분의 이해와 용서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판매중단 결정하기까지=롯데마트 통큰치킨 판매가 9일 시작되자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한 마리 1만2000~1만7000원 하던 기존 브랜드 치킨보다 가격은 훨씬 싸고, 중량도 20~30% 많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 번호표를 받을 정도였고, 개점 한두 시간 만에 하루 판매물량이 동났다.

 하지만 치킨 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6000여 명의 치킨집 운영자들이 참여한 온라인 모임인 ‘치킨점경영자네트워크’는 롯데칠성에서 납품하는 펩시콜라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치권도 롯데마트 비판에 동참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신의 트위터에 비판의 글을 올렸고, 한나라당·민주당 등 정치권도 “대기업이 경제적 논리만 내세우면서 골목 상권을 죽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롯데마트 노병용 대표는 10일 정 수석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동반성장에 역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시간을 주면 잘 해결하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안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치킨 업계가 공식적으로 문제 삼으면 롯데마트의 행위가 부당 염매(廉賣)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밝혔고, 이후 12일 프랜차이즈협회가 공정위에 제소할 뜻을 내비쳤다. 임원회의를 하며 고심을 거듭하던 롯데마트 측은 13일 결국 판매중단을 결정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롯데마트의 판매중단 결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공정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공정위는 기업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 논란은 계속=롯데마트가 판매중단을 결정하자 프랜차이즈협회는 13일로 예정됐던 공정위 제소를 철회했다. 협회 측은 “염가 판매 자체가 중단된 만큼 공정위에 제소할 사안도 없어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13일 롯데마트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윤근자(66·서울 동작구 흑석동)씨는 “서민 입장에서 기존 치킨값은 부담스러웠다”며 “오전 8시부터 기다려 겨우 샀는데 이제 안 판다고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 이마트 측은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의 시발점이 된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는 “롯데마트 치킨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판매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지영·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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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갈등 예상 못 해 … 남은 닭은 불우이웃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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