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룡 청사’엔 ‘거품 방정식’ 숨어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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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지방자치단체가 향후 쓰임새나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청사 확장에 나선 사례가 감사원 감사에서 대거 적발됐다. 감사원은 13일 지방청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행정안전부에 근무 인력과 업무량 등을 감안해 신축 청사의 규모를 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돈 없어도 짓고 본다=감사원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지난 4월까지 청사를 건립한 65곳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곳이 78.5%(51곳)에 달했다. 경북 봉화군(9.3%) 등 재정자립도 20%가 안 되는 지자체도 18곳이나 됐다. 재정자립도가 60% 이상인 지자체는 4곳에 불과했다.

 ◆일단 크게 짓고 본다=감사원에 따르면 연평균 인구 증가율이 최근 5년간 1.64%에 불과한 원주시는 2016년 청사 근무인원을 현재보다 186% 늘린 1228명으로 산정해 청사를 신축했다. 이에 따라 1만㎡의 구 청사를 4만8000㎡의 10층 건물로 5배 가까이 키웠다. 성남시는 8년 후 근무인원을 현원 1004명보다 70% 늘린 1711명으로 잡아 1600여억원을 들인 10층 건물을 새로 지었다.

 ◆인테리어도 고급으로=감사원이 조사한 21곳 지자체에선 지자체장 사무실에 접견실·회의실 등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행정안전부의 권고기준(조례표준안)보다 늘린 곳이 20곳이었다. 사천시는 행안부 기준(99㎡)의 네 배 가까이(384%) 쓰고 있었고, 안산 상록구도 세 배(297%)로 나타났다. 서울 금천구는 2008년 청사를 준공하며 구청장실 벽을 고급재로 마감하고 천장도 평면에서 우물형으로 바꿔 공사비 3768만원을 증액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았다. 서울 관악구도 2007년 청사 준공을 앞두고 구청장실과 구의회 의장실 천장을 고급 마감재로 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건축비 제각각=충남도는 신청사 건립 사업을 하며 청사 1㎞ 이내에 1500석 규모의 공연장과 공원·체육시설 설치가 예정돼 있는데도 청사 부지 내에 축구장·공원 등을 조성하려다 감사에서 ‘중복 시설’로 지적받았다. 또 호화 청사로 논란을 빚은 성남시의 경우 신청사 건설단가가 ㎡당 216만원으로, 부산시 동구 청사(121만원)의 배 가까이 되는 등 2007년 이후 건설한 청사 12개의 건설단가도 제각각이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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