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해리 포터 ‘죽음의 성물 1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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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화 ‘해리 포터’가 내년이면 10돌을 맞는다. ‘죽음의 성물1’은 ‘해리 포터’ 시리즈 중 가장 ‘어른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 판타지 색채가 덜해진 대신 예술성이 강해졌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한없이 어둡고, 한없이 음울하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아이들이나 보는 만화 같은 판타지 정도로 생각했다면, 시리즈 마지막의 1부인 ‘죽음의 성물1’만큼은 그런 오해를 버려야 할 것이다. 해리(대니얼 래드클리프)와 론(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등 세 명의 주인공부터 더 이상 미성년이라고 하긴 미안할 정도로 부쩍 컸다(특히 론은 ‘장정’급이다). 그들이 헤쳐가야 하는 길도 한결 어둡고 복잡하고 위험해졌다. 운명의 소년 해리와 마법사 볼드모트가 상징하는 선과 악의 대결구도도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해졌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언제나 전체 관람가였지만 적어도 ‘죽음의 성물1’만큼은 ‘성인용’에 가깝다. 해리와 중국계 소녀 초 챙의 첫 키스를 통해 사춘기의 불안을 그렸던 5편 ‘불사조 기사단’이나, 호그와트를 마법학교가 아니라 호르몬 넘실대는 ‘연애학교’로 만들었던 6편 ‘혼혈왕자’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영화의 분위기가 침잠한 데는 이들이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떠난 이유도 클 것이다. 늘 곁에서 지켜주던 덤블도어 교수마저 죽었다. 해리는 다시 고아가 된 거나 다름없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세상을 장악한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볼드모트의 영혼조각이자 사악한 혼이 깃들어있는 호크룩스를 찾아 파괴해야 한다. 해리는 그 과정에서 죽음의 성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죽음으로부터 지켜주는 투명망토, 사랑하는 이를 부활시키는 돌, 어느 마법지팡이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딱총나무 지팡이가 그것이다. 볼드모트가 절대적인 힘을 얻지 못하게 하는 일, 그것이 해리가 힘겹게 살아남은 이유다.

 ‘죽음의 성물1’은 이렇듯 유쾌함보단 비장함이, 가벼움보단 묵직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야기도 ‘죽음의 성물2’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 위한 기초공사의 역할이 크다. 특별히 돌출되는 사건이 있다기보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전주곡이랄까. 2편 ‘비밀의 방’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스토리만 봤을 때는 다소 정체된 인상이 들 수도 있다.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거나 전편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면 재미가 덜할 수도 있다. 게다가 퀴디치 경기처럼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아기자기한 마법 설정이 거의 사라졌다. 있다면 도입부 매드아이(브렌던 글리슨)의 지시로 불사조기사단이 해리로 변신해 일곱 명의 해리가 방 안에 있는 장면이나, 집요정 도비가 깜찍한 구원자 역할을 하는 장면 정도다.

 소소한 설정이 빠진 대신 예술적 색채는 강렬해졌다. 지금까지 ‘해리 포터’ 시리즈는 원작자 조앤 K 롤링의 ‘어명’을 받자와 소설 한 장 한 장을 영상언어로 구현하는 데 충실했다. ‘죽음의 성물1’은 이런 연장선상에 서 있되, 이색적인 시도를 한다. 그 중 하나는 죽음의 성물과 관련된 ‘세 형제 이야기’를 흑백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것이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터치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독창적인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될 듯하다.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던 ‘예언자’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맡은 음악도 영화의 예술성을 한껏 높인다. 러닝타임은 146분.

 ‘불사조기사단’‘혼혈왕자’의 데이비드 예이츠가 감독했다. ‘죽음의 성물2’는 내년 여름 3D 입체로 개봉해 시리즈의 막을 내린다. 2001년 ‘마법사의 돌’이 나온 지 꼭 10년 만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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