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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 비결 찾아 전국 맛집 순례 … 600년 맛의 과학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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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뚝배기 설렁탕’은 사골을 장기간 고아 만든 전통 설렁탕 제조기법을 재현한 제품이다.

‘뚝배기’. 올해 농심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대상이다. 농심은 이달 초 출시된 ‘뚝배기 설렁탕’을 시작으로 한국인이 오랫동안 먹어온 전통 탕류를 쌀국수에 접목시킨 ‘뚝배기’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설렁탕은 사골과 소고기를 넣고 오랜 시간 푹 고아낸 음식. 예부터 계절이 바뀌거나 과로 등으로 몸이 허할 때, 치료를 받은 후 등 건강을 회복할 때 주로 찾는 주요 건강보양식으로 인식돼 왔다.

 농심은 특히 설렁탕 전통제조방식의 산업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농심 스프개발팀 최성진 팀장은 “설렁탕 제조에 관한 전통 방식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매뉴얼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농심 연구진은 설렁탕 본연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설렁탕으로 유명한 전국의 맛집 30여 곳을 찾았다. 이렇게 찾아낸 전통 제조 방식의 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피 빼기 공정. 사골을 찬물에 담가 물을 여러 차례 갈아주는 방식으로 뼈에 함유된 피를 빼내는 것이다. 피를 제대로 빼내지 않으면 국물이 탁해지고 잡맛이 섞인다. 둘째는 이렇게 피를 빼낸 사골을 우려내는 것인데, 설렁탕 맛집들은 한결같이 장시간 소뼈를 고아낸다는 것. 이를 기반으로 농심이 개발한 것이 고온 쿠커공정이다.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고 장시간 끓인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고온쿠커를 사용해 진한 맛의 설렁탕 국물을 개발했다. 여기에 저온농축한 향신 야채를 넣어 누린내와 잡맛을 없앴고 소고기 수육과 파·마늘은 별도로 건더기 수프에 담았다. 배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최남순 교수는 “아미노산과 칼슘, 콜라겐 등 가용 성분들은 설렁탕을 끓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또는 2차, 3차로 추출 횟수가 늘어날수록 재료로부터 더욱 많이 용출된다”고 장시간 가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농심 연구진이 ‘뚝배기 설렁탕’ 개발을 위해 사용한 사골의 양은 약 20t 수준으로, 이는 일반 설렁탕집에서 약 35만 그릇의 설렁탕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뚝배기 설렁탕’은 진한 설렁탕 국물에 쌀 함량 90%의 쌀면을 사용해 맛은 물론 밥 한 그릇을 말아 먹는 영양과 든든함을 그대로 구현했다.

 선농대제 보존위원회 이경장 위원장에 따르면 설렁탕은 조선 태종 때 한 해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농단(先農壇)에서 임금이 친히 밭을 간 뒤 백성들과 함께 사골과 소고기를 넣고 고아낸 탕에 밥을 말아 먹었던 ‘선농탕(先農湯)’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선농탕’이 ‘설롱탕’으로, 다시 ‘설렁탕’으로 변했다. 태종의 즉위(1400년)를 기준으로 본다면 설렁탕의 역사는 600년이 넘는다. 600년 동안 우리 민족이 먹어온 설렁탕의 과학을 농심이 독자적인 설비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최남순 교수는 “설렁탕은 소화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인들에게 단백질과 칼슘의 공급원이 되며 허약한 어린이, 수술 회복기의 환자에게 좋은 보양식이 될 수 있고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심은 뚝배기 시리즈 이전에도 우리 민족 전통 음식의 산업화에 힘을 기울였다. 2007년에 ‘장수식품’을 모토로 녹산공장을 건립한 이후 ‘후루룩 국수’, ‘둥지냉면’ 같은 상품을 잇달아 내놓은 것이 이런 맥락이다. 농심 R&BD센터 라면개발부문장 최명근 상무는 “농심은 조상 대대로 먹어온 우리 전통음식을 전통방식 그대로, 과학을 바탕으로 산업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전통음식에 담긴 맛과 건강의 지혜를 빌려 ‘장수식품’을 만드는 것이 농심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농심은 ‘뚝배기 설렁탕’ 출시를 필두로, 2011년에 전통 탕류와 쌀국수를 접목한 신제품을 너댓 개 출시해 건강면류 시장을 적극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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