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성공회 관계 150년 만에 최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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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호 11면

교황청은 영국 가톨릭 주교들 몰래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윌리엄스 대주교도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했다. 교황청은 당시 윌리엄스 대주교와 교황의 만남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캠벨 대사는 미겔 디아즈 미국 대사에게 “중간중간 어색했다”고 털어놓았다.

위키리크스, 교황청 ‘비밀 커튼’도 열었다

캠벨은 “교황청과 성공회의 위기는 영국 내 소수 집단으로, 대부분이 아일랜드 출신인 가톨릭 공동체에 우려스럽다”며 “아직 영국 내 일부 지역에서 잠재하고 있는 반가톨릭 성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약간의 자극으로도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체적으로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차별이나 심하게는 폭력으로 표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캠벨 대사는 또 교회 일치운동을 위한 가톨릭과 성공회 간 대화의 목적이 ‘진정한 일치에서 단순한 상호협력 관계’로 바뀌어 버렸다고 말했다. 캠벨 대사는 몇몇 교황청 관리들이 교황이 이러한 결정을 공표하기에 앞서 캔터베리 대주교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은 또 “교황청의 결정은 성공회의 중심지인 잉글랜드나 윌리엄스 대주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일차적으로 미국과 호주에 있는 성공회 신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그때 윌리엄스 대주교가 더 강력하게 반응했다면 수십 년간 공들여온 교회 일치운동을 위한 대화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은 그러나 “캔터베리 대주교가 그렇게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성난 성공회 신자들의 지지를 잃게 됐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그 사건 이후 영국 내 114명의 성공회 주교 중 3명이 새로운 특별교구 참여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여성 사제 임명에 반대해오던 주교들이었다. 가디언은 또 “50명의 성공회 사제들이 신도들과 함께 추가로 가톨릭 특별교구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아일랜드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에 대한 조사를 둘러싸고 교황청과 아일랜드 조사당국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 사실도 위키리크스가 11일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서 드러났다.

올해 2월 26일로 날짜가 표시된 이탈리아 로마 주재 미 대사관 외교전문에 따르면 교황청은 당시 아일랜드 가톨릭 사제 성추문 의혹을 조사하던 머피 위원회가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하며 교황청에 보낸 서한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황청은 공식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서한을 직접 보낸 머피 위원회의 행동을 주권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으며,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교황청 국무원장은 교황청에 대한 요청은 외교 채널을 통하도록 해달라는 서한을 아일랜드 대사관에 보냈다.

교황청 관리들은 또 아일랜드의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사제 성추문 사태에 대해 교황청의 답변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교황청을 모욕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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