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우주선 발사~귀환 첫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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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8일(현지시간) 민간 우주선 드래건을 실은 팰컨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 AP=연합뉴스]


미국이 ‘민간 우주선’ 시대 개막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후원을 받은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테크놀로지스(스페이스X)사가 8일(현지시간) 자체 개발한 우주선의 지구 궤도 진입·귀환 시험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민간 업체 우주선이 이 같은 시험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우주선은 내년 중 퇴역 예정인 NASA의 우주왕복선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지구 두 바퀴 돌고 귀환=스페이스X사는 이날 오전 10시43분 플로리다주의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자체 개발한 팰컨9 로켓에 우주선 드래건을 실어 발사했다. 드래건은 약 10분 후 궤도에 진입해 지구를 두 바퀴 돈 뒤 추진 로켓을 분사해 대기권에 재진입했다. 곧이어 오후 2시쯤 멕시코 해안에서 805㎞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 내려앉았다. 스페이스X 측은 NASA에서 빌린 선박을 이용해 캡슐을 무사히 회수했다.

 시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드래건은 로켓 분리, 궤도 순항, 신호 전송, 명령 수신, 무사 귀환 능력 등 항목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스페이스X의 소유주 앨런 머스크는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많았는데 모든 기능이 정상 작동됐다. 한순간도 보조시스템을 작동시킬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지구 궤도 진입·귀환 시험을 마치고 멕시코 해안에서 805㎞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 무사히 내려앉은 미국의 민간 우주선 드래건(왼쪽 원통형 물체)의 모습. [AP=연합뉴스]

 ◆민간 우주선 개발 이유는= 미국은 그간 우주로 나갔다가 일반 비행기처럼 활공 비행으로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왕복선들을 운용해왔다. 이 중 챌린저·컬럼비아호는 각각 1986, 2003년 폭발 사고로 잃었고, 애틀랜티스호는 지난 5월 비행을 끝으로 퇴역했다. 아직 디스커버리호와 엔데버호가 남아 있지만 모두 내년 중 퇴역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 정부는 새 우주왕복선 취역을 포기했다. 막대한 개발·운용 부담 때문이다. 대신 민간 기업과 계약을 맺고 ‘상업 우주 운송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이날 시험 발사에 성공한 스페이스X사와 오비틀 사이언시스 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보내는 35억 달러(약 4조원)짜리 프로젝트를 공동 수주했다. NASA는 양 회사에 우주선 개발·테스트 비용으로 5억 달러를 제공했다.

 스페이스X사는 내년 여름까지 ISS 도킹 실험을 포함, 두 차례 더 시험 발사할 계획이다. 테스트에 성공할 경우 11월께 ISS에 대한 첫 화물 운송에 도전한다. 오비틀사도 내년 중 자체 개발한 토러스4 로켓을 이용해 우주선 시험 발사에 나설 예정이다.

 ◆‘우주 택시’ 시대 열리나=이번 발사 때 드래건 우주선에는 사람이 타지 않았다. 회사 직원들의 배지·기념품 등 ‘시험용 화물’만 수천 점 실렸다. 하지만 드래건의 내부 공간은 사람 7명이 타고도 화물을 실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스페이스X 측은 이 우주선에 비상 탈출 장치 등을 갖춰 사람이 탈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회사가 장차 드래건을 “우주인들과 우주정거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우주 택시’로 사용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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