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정석임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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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국사봉 깊은 산중 외딴 초가.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높게 솟은 가마 굴뚝.이른 아침부터 가마 안에서는 흙이 구워지며 탁탁탁 하고 불티 튀는 소리가 들린다.이 곳은 따스하고 푸근한 흙의 온기가 그저 좋아 15년 가까이 홀로 흙만 만져온 조각가 정석임(37) 씨의 집이자 작업장이다.

지난 6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화랑(02-735-9938) 에서 개인전'터짐의 소리'를 열고 있는 그의 테라코타 여인상은 땅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 속에 한가득 담았던 작가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갖가지 여인상은 너나 할것 없이 풍만한'어머니'의 느낌이다.그는"날씬하건 뚱뚱하건 사람의 몸,그 중에서도 여인의 몸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며"붙이고 떼고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흙의 특성은 이러한 아름다움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이태리 조각가들이 천연 대리석을 사랑해 즐겨 재료로 삼았듯 그는 우리 땅에서 나오는 흙에 애정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작품이 쉬이 바스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흙을 뭉쳐서 1천2백∼3백도 되는 높은 온도에서 구웠다가 그것을 다시 빻아 재료로 사용하는 등 수 차례의 실험을 통해 나름의 방법을 개발해냈다.전시 제목으로 직접 지은'터짐의 소리'는 흙이 말라 굳을 때 생기는 균열과 가마불에 들어갔을 때 생기는 균열,그 균열의 과정을 통해 작품이 태어남을 상징한다.

결결이 갈라지고 미세한 구멍이 송송 뚫린 발그스레한 표면은 인고(忍苦) 의 시간을 삭여내고 이제는 넉넉한 여유로움으로 굳게 선 여인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듯 하다.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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