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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아리랑TV 공동기획 … 한국 의사, 어떤 성형수술에 능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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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장영철 교수가 피부이식성형을 받은 어린이의 경과를 살펴보고있다. [한림대병원 제공]


성형수술은 기능의 복구뿐 아니라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더한 의료기술의 결정체다. 한국인의 정교한 손기술은 성형외과에서 꽃을 피운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오갑성 교수는 “우리나라 성형분야는 짧은 기간 동안에 미용뿐 아니라 재건에서도 폭넓은 수요로 다양한 임상이 축적됐다”며 “예전에는 난도 높은 한국의 기형아들이 수술받기 위해 미국·일본행 비행기를 탔지만 이제는 주요 선진국에서조차 한국에 수술을 받으러 오는 경우를 흔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가락 끝부분 신경 살리는 기술 “최고”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오갑성 교수가 소이증(小耳症)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귀 성형을 하고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정교한 손기술 때문일까? 극도의 미세수술을 요하는 수지접합 수술은 한국이 독보적이다. 광명성애병원 성형외과 김진수 원장은 “10년 전만 해도 미국이나 일본에 성형기술을 배우러 갔지만 이제는 미국·유럽 의사들도 우리나라로 수지접합 수술을 배우러 온다. 특히 절단된 손가락 끝부분 신경을 살리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말했다. 또 외국에서는 큰 혈관을 떼어 잘려나간 다른 부분에 잇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큰 혈관은 그대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두고, 큰 혈관에서 가지를 쳐 나온 혈관, 즉 미세혈관을 새 부위에 이식해 성형한다. 발가락을 잘라 몇 개로 나눠 손에 붙이는 수술도 한국에서 처음 개발됐다.

 김 원장은 “외국 의사들이 한국에 오면 미세하고 정교한 손놀림에 놀란다. 또 한국은 단순 접합뿐 아니라 얼마나 ‘예쁘게’ 붙였느냐도 중시한다. 하지만 미국·유럽 사람들은 미적인 면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상치료, 표피·혈관·신경까지 접합

우리나라 화상성형은 한림대병원에 가장 많은 임상경험이 축적돼 있다. 1986년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화상센터를 개소해 재건·흉터·미용성형 및 피부재활에 대한 전문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단일 전문병원의 역사가 20년이 넘어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임상 데이터가 있다. 많은 임상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축적하며, 첨단기술과 소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병원 화상성형센터 장영철 교수는 “심한 화상을 입으면 겉 표피 이식뿐 아니라 신경조직과 혈관, 근육 등을 모두 들어내 이어주는 미세접합수술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단순히 피부이식만 하거나 수술 시기를 놓쳐 심한 흉터를 남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신기술로 개발된 인공진피·피부 세포치료제·저출력레이저·첨단 드레싱 제제 등으로 구형 구축이 훨씬 줄어들었고, 흉터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박승하 교수는 “외국 의사들이 단순히 피부를 이식해 덮는 차원이라면 한국은 이식한 피부를 한번 더 꼼꼼하게 꿰매기 때문에 흉터가 훨씬 작다”고 말했다.

귀성형, 자체 개발 기법도 27가지 이상

김수신 원장이 내시경을 이용해 이마 거상술을 하고 있다. [레알성형외과 제공]

선천성 기형 분야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독보적인 분야는 귀 성형.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박철 교수는 20년여 동안 귀 성형수술만 6000회 이상 집도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귀 성형술도 27가지 이상이다. 그가 개발한 귀 성형법은 세계 성형외과 교과서와 학회지에 실려 있다. 오갑성 교수도 귀 성형의 권위자로, 세계 여러 국가 환자들이 그에게 재건수술을 받으러 오고 있다. 이들에게 귀 성형을 받기 위해 2~5년씩 기다리고 있다.

 그 밖에 손가락이 붙어있는 채 태어나는 합지증, 머리뼈가 조기에 봉합되는 두개골 조기유합증 등도 한국 의사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유방암·설암 재건수술도 수준 높아

암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암 수술 후 재건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방암이다. 보통 2기 유방암 환자까지는 재발이 거의 없어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재건수술을 한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방사익 교수는 “한국은 미에 대한 관심과 수술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 유방암 재건수술도 덩달아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수술 건수 자체가 많아 이미 모든 병원에서 수술 성적이 상향 평준화돼 있는 실정이라는 것. 코나 혀, 목 등에 암이 생긴 사람을 위한 재건수술도 뛰어난 성적을 보인다.

 20년여 전부터 두경부암 재건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오석준(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교수는 “한국 의사는 단지 잘라내고 메우는 수준이 아니라 얼마만큼 예쁘게 하느냐를 고려한다”며 “예전에는 암이 전이될 위험이 있어도 미용상 문제 때문에 많이 도려내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한국 성형기술이 좋아져 암을 보다 넓은 부위까지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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