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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 성형수술 배우러 외국의사 한국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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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전문의가 배출된 지 30여 년. 한국의 성형외과 의술은 외국의 환자들이 몰려올 정도로 발전했다. 대한성형외과학회 김용배(순천향대 부천병원 성형외과 교수) 이사장은 “미국이 100년, 일본이 50년 걸려 발전한 것을 우리는 20~30년 만에 해냈다”며 “예전엔 우리가 기술을 배우러 나갔지만 이제는 많은 의사가 우리나라에 배우러 온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아리랑TV는 공동으로 의학 다큐멘터리 5부작 ‘메디컬 코리아, 수술의 힘(Top MDs of Korea)’을 제작했다. 188개국 8250만 시청 가구를 확보한 글로벌 방송네트워크 아리랑TV는 지난달 8일부터 매주 월요일 다큐멘터리를 송출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번 기획의 일환으로 ‘건강한 당신’ 지면을 통해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마지막 5부 주제는 ‘성형외과 수술: 일그러진 영혼을 펴다’이다. 방송 날짜는 12월 6일(월) 저녁 9시.

미용성형, 동·서양 환자 원하는게 달라

중국 베이징에 사는 천지엔(가명·22)씨는 얼마 전 한국인 의사에게 쌍꺼풀과 안면윤곽 수술을 받았다. 같은 연예인 지망생인 친구가 몇 년 전 ‘한국식’ 성형을 받았는데 중국에서 하는 성형과 다르게 흉터가 거의 없고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 성형외과 의사가 건너와 진료하는 병원에 3개월 전부터 예약을 했고, 지난달 앞트임과 뒤트임을 겸한 쌍꺼풀 수술과 턱과 광대뼈를 깎는 수술을 받았다. 그녀는 “중국에서 받은 쌍꺼풀은 잘 풀리고 흉터가 많이 남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인 의사가 하는 성형은 자국이 거의 없다는 게 큰 차이인 것 같다. 한국식 성형이 최고라는 인식이 중국인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엔씨를 수술한 레알성형외과 김수신 박사는 “한국 성형외과 의사의 손놀림이 좋고, 안면윤곽이나 앞트임·뒤트임 등은 중국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 수술이라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용성형은 서양과 아시아인의 요구도가 전혀 달라 아시아 독자적으로 수술 기법이 발전됐다. 예컨대 서양인은 코를 낮추거나 광대뼈를 만들어 주고, 심지어 종아리 근육을 돋보이게 하는 수술을 많이 한다. 반면 아시아인은 반대인 수술을 선호한다.

 대한성형외과학회 박승하(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학술위원장은 “일본과 한국은 서양의사에 비해 손기술이 좋고 정교하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이노베이션’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의사들은 다소 보수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성향이 있지만 한국 의사들은 창의성이 뛰어나고 진취적이다”라고 말했다.

 학술적인 연구와 정보교류가 활발한 것도 특징이다. 일본은 대학별로 연구소는 있어도 전국을 묶는 학회가 없다. 중국은 성형외과 전문의 제도가 정립돼 있지 않다. 현재 한국에서는 대한성형외과학회 산하 15개의 학술분과가 있다.

눈성형·코성형·지방성형·유방성형·레이저성형 등이 그것이다. 한국은 결집한 네트워크로 성형외과 수술법과 재료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개발해 나간다.

턱 깎는 수술, 쌍꺼풀 매몰법 등 최초로 개발

동양인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각진 턱과 부정교합 등으로 인한 하악(코를 기준으로 아랫부분 뼈) 돌출이다. 각진 턱은 깎고, 튀어나온 하악은 뼈를 조금씩 깎아 맞물림을 조절해 집어넣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하악각 절골술(사각턱 수술)’과 ‘양악수술’을 처음 고안해 낸 사람이 한국의 백세민 박사다. 백 박사팀은 1980년 고대안암병원 재직 시 이 수술법을 개발했다. 개원의인 이희영 박사가 개발해낸 뼈 깎는 수술기구는 지금도 전 세계 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다.

 쌍꺼풀 수술법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매몰법(절개를 최소화하고 실을 이용, 눈꺼풀을 연결해 쌍꺼풀을 만드는 방법)과 뒤트임(눈이 작은 사람을 위해 눈 양 가장자리 부위를 절개해 틔워주는 수술)도 한국 의사가 개발했다. 필러를 이용해 절개하지 않고도 간단히 코 성형을 할 수 있는 기법도 마찬가지다. 수천 명의 외국인 의사가 수술기법을 배우러 한국에 오고 있는 이유다.

 외국인 환자 수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강남구가 구청에 등록된 의료관광 협력기관 181개에 대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유치한 외국인 환자 수는 5만7361명으로 2008년 대비 25.6% 증가했다. 그중 성형외과는 피부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환자 수 증가를 보였다. 중국인 성형외과 환자는 115%, 일본인은 97% 증가했다. 김수신 박사는 “수술 비용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2~5배가 넘는데도 굳이 한국에 와서 수술받겠다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중국 대형 병원은 한국으로 성형수술을 받으러 가는 부유층을 잡기 위해 한국인 성형외과 의사를 모셔가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 성형수술 합니다’라고 간판을 걸어놓은 성형외과도 있다.

 박승하 교수는 “한국 성형외과 의사들이 유난히 섬세하고 창의성이 뛰어난 까닭도 있지만 한국인의 높은 성형 요구도가 의사들의 경쟁을 유발시켜 전체적인 의료의 질을 높인 원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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