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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기] 예술의전당은 '불편의 전당]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밤 8시30분 예술의전당 서예관.여당 단독으로 국정감사를 끝낸 국회 문광위 의원들은 뒤늦게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길 저 건너편에 있는 한식당으로 갔다.예술의전당 구내에 제대로 된 식당이 있다면 버스로 이동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 1시간전 모 의원은 내년 1월에 문을 열 예정인 오페라하우스 4층 레스토랑이 호텔급이라 중저가 식당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예술의전당측은 오페라하우스 지하의 카페테리아를 일반 관객들도 이용할 수 있어 충분하다고 답했다.과연 그럴까.

오페라하우스 4층 레스토랑도 하루 속히 문을 열어야 하겠지만 관객 편의시설로는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식당은 오페라하우스 1층이나 콘서트홀 지하에 위치해야 한다.콘서트홀 2·3층 로비에는 아예 음료 판매시설도 없어 휴식시간 동안 1층로비까지 내려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현재 콘서트홀 로비에 있는 스낵코너도 구석에 위치해 있고 오페라극장 로비에는 약국에서 시중보다 비싸게 파는 음료와 김밥 정도가 고작이다.넓은 실내공간을 버려두고 야외에 텐트를 치고 영업중인 야외 카페는 웬말인가.대부분의 관객들은 예술의전당에서 음료는 몰라도 먹는 것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온다.길 건너 식당에서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오더라도 '지각 청중'이 되기 십상이다.그렇다고 직원들처럼 자장면 배달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오페라하우스 지하의 카페테리아는 엄연히 직원과 스탭·연주자를 위한 식당이다.분장을 하다 말고 요기를 하러나온 배우와 연미복차림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일반 관객과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한다고 상상해보자.그것은 마치 분장실에 관객을 들여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하루 평균 관객이 3천명이 넘는 문화공간이라면 중저가 식당이 공연장 내에 있어야 한다.

뉴욕 링컨센터 에버리 피셔홀 1층은 백화점 식당가를 방불케 한다.런던 사우스뱅크 센터에는 같은 건물 내에 관객의 호주머니·시간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이 3개나 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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