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회장 구속도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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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에서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뉴시스]


1일 천신일(67) 세중나모여행 회장 소환조사로 지난 8월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사인 임천공업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수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 사건 수사는 당초 천 회장이 지난해 남상태(60)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남 사장 연임 로비는 신빙성이 낮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의혹을 입증할 진술이나 물증을 찾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남 사장 연임 로비에 대해 물어봤지만 천 회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수사를 확대하진 않겠다”며 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대신 검찰은 천 회장의 개인 비리에 대해선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2006년 산업은행은 임천공업 계열사인 동운공업에 빌려준 대출금 130억원을 출자전환했다. 당시 자금난에 빠진 임천공업은 출자전환으로 연쇄 부도를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이수우(54·구속 기소) 임천공업 회장은 검찰에서 “(출자전환이) 천 회장에게 부탁해 이뤄진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천 회장이 임천공업과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로비를 벌인 정황을 확보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청탁을 들어준 대가로 “2008년 서울 성북동 천 회장 집으로 세 차례에 걸쳐 모두 26억원의 현금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돈이 천 회장이 자녀 3명 명의로 사들인 임천공업과 계열사의 주식 매입대금을 되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천 회장이 이 밖에도 매달 1000만원의 고문료와 수백만원어치의 상품권을 받았고, 서울 성북동 옛돌박물관에 12억원어치의 철근·철골을 무상 기증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천 회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40억여원의 금품에 대해 “무상으로 기증받았거나 대가성이 없는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증거에 따라 조사 중이며 조사는 잘 진행됐다”고 자신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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