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서울 찾은 악어백 명문 ‘콜롬보’의 CEO 모레티 형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2면

에르메스 버킨백과 함께 최상위 부유층 여성들에겐 ‘신분’을 상징하는 ‘필수 사치품’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악어백이다. 그중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이하 콜롬보)’는 악어백의 최고 명문으로 꼽힌다. 상처 없는 가죽을 얻기 위해 대리석에서 키운 악어의 뱃가죽으로 만드는 것으로, 기본 가방 한 개가 2000만원이 넘는다. 최근 콜롬보의 형제 CEO 파비오 모레티(49·형)와 마시모 모레티(43·동생)가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창업자 루이자 콜롬보 여사의 손자들. 서울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에서 열렸던 콜롬보와 한국 작가들의 협업 작품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전시회는 콜롬보가 수천만원대의 악어가죽을 한국 작가들에게 제공해 그 위에 작품을 하도록 했던 7년간 작업의 결실을 보여준 것이었다.

-악어백은 ‘사치’의 상징이자 나이 든 부유층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왜 이런 콜래보레이션을 시도하고, 대중에 공개하게 됐나.

“이 전시는 초대 회장이었던 선친께서 기획했다. 명품과 예술의 협업이 지금처럼 일상화 되기 전이었지만 한국에서 콜롬보를 수입하는 ‘오르비스 인터패션’의 이혜경(54·여) 대표가 아버지께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그걸 2대 회장인 삼촌이 이어받았고, 우리 형제가 드디어 마무리하게 됐다. 한국인의 높은 안목에 대한 감사의 뜻에서 시작하게 됐는데, 악어백의 매력과 가치에 대해 무심했던 대중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파비오)

-전시품 중에 아버지와 삼촌이 특히 아끼던 작품이 있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코디 최의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정말 좋아하셨다. 이미지가 선명하고 아름답다고 하셨다. 몇 년 전 일부 작품을 비아 델라 스피가(이탈리아 명품거리)에서 전시했을 때에도 코디 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콜롬보의 시그니처 백인 ‘오데온’ 위에 컬러풀한 글씨를 수놓은 작품은 옥션을 통해 기부하는 것만 아니라면 우리가 소장하고 싶을 정도다.”(마시모)

-형제가 공동 경영하다 보면 다툼은 없나?

“형은 사업적인 측면을 맡고, 나는 변호사로서 법무 측면을 담당한다.”(마시모)
“우린 정말 친하다. 휴가도 함께 가는데….”(파비오)

-빈티지 악어백의 사연을 추적하는 아이폰4 단편영화까지 찍었다고 들었다. 악어백 인구를 젊은층으로 넓히려는 것인가.

“그 영화에 이혜경 대표의 딸이 출연했다. 유튜브에서 많이들 봤다고 하더라. 젊은이들의 마음이 열리면 새로운 시장도 열린다. 악어백은 어려워도 악어가죽으로 만든 아이폰·아이패드 케이스 같은 건 살 수 있지 않나. 몇년 전엔 이 대표가 별자리를 넣은 열쇠고리 같은 것도 만들어 보자고 하더라. 그 제품을 사기 위해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매장을 방문한다. 이 대표의 열정은 콜롬보 가문 사람들 못지 않다. 한가족 같다.”(파비오)

-콜롬보를 한국에 독점판매권을 준 데 이어, 경영권 이전 문제도 논의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진행 중이다. 한국은 아시아 시장의 모범사례다. 명품과 장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열정적인 이 대표와 좋은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시모)

글=이진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