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In&Out 레저] 스위스에서 꼭 볼 것 세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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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무엇을 꼭 눈여겨 봐야지'하는 식의 의무감을 벗어버리면,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오히려 그런 것들에서 현지인들의 가치관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눈 덮인 알프스를 마주하는, 스위스 남서부의 레만 호(사진(1)).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 몽트뢰와 국제도시 로잔 .제네바 등이 여기서 태어났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찰리 채플린, 오드리 헵번, 프레디 머큐리 등이 만년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어디를 가도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여행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특히 이맘때는 호반 곳곳에 피는 튤립이 눈부시다. 몽트뢰 인근의 작은 도시 모르쥬에서는 매년 4, 5월 튤립축제가 열리며, 10월까지 꽃축제가 이어진다. 레만 호는 수려한 풍광뿐 아니라 '스위스 디자인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16세기 칼뱅이 제네바에서 주도한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이 일대는 검소함이 자리잡았다. 이 검소의 미덕은 간결함과 실용성이 두드러지는 디자인을 낳았다.

거리의 간판을 보면 스위스 디자인을 맛볼 수 있다. 행인의 주의를 끌기 위해 상호 .상품명 .영업종목 등을 써서 내거는 간판 말이다.

튤립 축제가 열리고 있는 모르주의 광장. 광장 한 쪽에 '용수철 말(馬)', 아니 용수철 안경 같은 조형물(사진(2))이 서 있다. 바로 앞 안경점의 입간판이다. 아이들은 입간판에 올라타 몸을 흔들며 즐거워한다. 메시지는 물론, 재미와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것이다.

제네바 구 시가의 한 의류 매장 입구에 자전거 타이어(사진(3))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 바퀴 살을 빼내고 대신 끼워 넣은 패널에는 '전방 50m에 자전거 가게'라 씌어 있다. 그러니까 인근 자전거 가게의 입간판인 셈이다(의류 매장과 자전거 가게 간에 어떤 친분이 있는지는 관심 밖이다). 레만 호 수면 140m 높이로 물을 내뿜는 제네바의 명물인 제트 분수보다 더 인상적이다.

스위스 최대 도시 취리히의 구 시가, 그리고 번화가인 폰호프슈트라세에서는 재미있는 돌출형 간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장갑 모양 돌출 간판(사진(4))이 달린 집은 패션잡화점이며, 석조 부조(사진(5)) 간판을 내건 집은 골동품점이다. 셔츠 모양의 조명형 돌출 간판을 단 곳이 어떤 곳인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알겠다.

스위스도 유럽의 다른 선진국처럼 간판에 대한 규제가 엄하다. 간판 크기.개수가 엄격히 규제되며, 가게마다 간판 크기에 따라 매년 간판세를 낸다고 한다. 간판의 형태.색상.위치 등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은 도시도 있다.

간판은 그 사회의 문화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코드다. 이웃 가게를 위압하는 간판이 붙고, 이에 대항하는 간판들이 뒤따르는 한국의 현실. 간판 전쟁 속에 간판은 점점 커지고, 그 수가 늘며, 더욱 요란해진다. 간판 이외의 것들은 어떤가. 간판 구경은 스위스 여행이 주는 각별한 재미다.

제네바.취리히(스위스)=글.사진 성시윤 기자

*** 여행정보

스위스 개별 여행 정보 및 상품 정보는 스위스 관광청(02-3789-3200, www.myswitzerland.co.kr) 홈페이지 참고. 스위스 패스를 구입하면 열차 등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4,8,15일짜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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