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Extreme) - III Sides To Every Story

중앙일보

입력

어쿠스틱 발라드 'More Than Words'로 국내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얻었던 익스트림 (Extreme)의 갑작스런 해산은 그들을 아끼는 팬들을 안타까움을 던져 주기에 충분했다. 아직 그들이 지닌 재능을 채 발휘하기도 전에 흥행 부진이란 암초에 걸려 스스로 좌초해 버렸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로버트 플랜트 - 지미 페이지 (이상 레드 제플린), 스티븐 타일러 - 조 페리 (이상 에어로스미스)와 비교될 만큼 환상적인 조화를 선보였던 게리 셰론 (Gary Cherone. 보컬)-누노 베텐코트 (Nuno Bettencourt. 기타) 콤비에 의해 주도되었던 익스트림은 영화 〈엑설런트 어드벤쳐〉에 수록된 'Play With Me'로 데뷰하면서 독특한 메탈사운드로 주목을 받았다. 퀸 (Queen)과 데프 레파드 (Def Leppard)의 영향을 받은 보컬 코러스, 프린스(Prince)를 좋아하는 누노의 펑키 스타일의 화려한 기타 연주는 80년대 후반, 헤비 메틀계의 대세였던 팝 메틀, 스래쉬 메틀과는 차별화된 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90년대 헤비 메틀을 대표하는 명작 〈Extreme 2 : Pornographitti〉 (1990년. 국내 발매는 1998년)는 혼 섹션의 적극적인 활용과 누노의 리프 만들기가 돋보이는 컨셉트 앨범 (꼬마 프랜시스의 가출기를 다룬 내용)으로 'Decadence Dance', 'Suzi', 'Pornographitti' 등에서 펑키 메틀의 진수를 선보이며 기타리스트 누노는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기타 히어로로 떠올랐다. 히트곡이었던 'More Than Words'나 국내에서 유독 사랑받았던 스탠다드 재즈 발라드 'When I First Kissed You'가 오히려 초라하게 들릴 만큼 이 앨범에서 선보인 밴드의 연주는 완벽함 그 자체였다.

3집 〈III Sides To Every Story〉 (1992년)에서 익스트림은 과감한 모험을 시도한다. 보통 한 장의 음반이 히트를 할 경우 성공에 대한 압박감으로 전작의 스타일을 답습하기 마련이지만 게리-누노 복식조는 이를 거부하고 보다 다양한 음악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Yours], [Mine], [The Truth]라는 3개 파트로 구분된 본작은 이전까지 찾아보기 힘든 키보드, 오케스트레이션을 대폭 사용하면서 헤비메틀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더욱 진지해진 모습을 투영한 음반이다.

사회 고발적인 가사로 짜여진 [Yours]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메틀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다. 싱글로 발표되었던 'Rest In Peace'는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현악 연주와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 소리를 삽입해 전쟁과 평화의 상반된 모습을 표현하고 있으며 'Color Me Blind'에선 아직까지 남아있는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한 일침을 놓고 있다.

'Cupid's Dead', 故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녹음을 삽입한 'Peacemaker Die' (발표 당시 국내에서 금지곡으로 묶여 삭제됬지만 지난해 발표된 〈The Best Of Extreme〉에서 들을 수 있으며, 대신 미국 발매반에도 수록되지 않은 'Don't Leave Me Alone'이 대신 자리하고 있다)는 별다른 오버더빙 없이 누노의 리듬 기타 연주만으로도 박진감을 더하는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자유분방하게 만들어진 느낌이 강한 [Mine]에선 코믹한 가사가 재미를 더하는 경쾌한 어쿠스틱 발라드 성향의 'Tragic Comic'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임), 미드 템포의 록 넘버 'Stop The World', 장엄한 분위기가 곡 전체를 지배하는 'God Isn't Dead'가 주목할 만한 곡으로 자리하고 있다.

〈III Sides〉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부분은 바로 대곡 'Everything Under The Sun' 하나로만 채워진 [The Truth]이다. 3부작으로 구성된 이 곡은 더이상 메틀 밴드라는 고정된 틀에 얽메이지 않고 진일보한 익스트림을 만날 수 있다. 곡의 형태에 따라 자유자재로 보컬의 색채를 바꾸는 게리와 기타, 키보드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한 누노 컴비의 원숙해진 악곡 만들기가 절정에 달해 있음을 증명하는 음반 최고의 곡이다.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추억속의 록 그룹이 되어버린 익스트림 (게리는 밴 헤일런의 보컬리스트로 활동중이며, 누노는 솔로로서, 드러머였던 폴 기어리는 매니지먼트 일을 하고 있다.)은 'More Than Word' 하나만으로 기억되기엔 아까운 뮤지션이다. 그러기엔 이들의 음악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너무도 많은 것이 담겨 있다.

♠ 참고
1.익스트림의 〈Extreme 2 : Pornographitti〉는 발표 당시 우리나라에서 타이틀곡과 영화배우 이정재의 데뷰작으로 알려진 모 초컬릿 CF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Suzi'가 금지곡으로 묶였고 이 노래들이 빠지게 되면 음반의 주제를 전달할 수 없다는 익스트림 측의 국내 발매 거부로 인해 한동안 시중에선 찾아보기 힘든 음반이 되었다.

2. 편집 음반 〈All My Loving〉에서만 들을수 있었던 'More Than Words', 'When I First Kissed You', 'Hole Hearted'를 묶어 1995년, 익스트림의 내한 공연에 때를 맞춰 국내용 싱글로 발매할 예정이었지만 4집 〈Waiting For The Punchline〉의 흥행 참패로 인해 공연 자체가 무산되면서 이러한 기획은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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