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바마가 당선된 다음날 … 북, 비핵화 절대 안 한다 못박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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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역임한 한반도 전문가 에번스 리비어(사진) 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지난 2년간 비핵화 뜻을 완전히 접은 북한이 대내외적인 이유에서 감행한 전대미문의 도발”이라며 “대응의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29일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초청으로 방한한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오바마 당선 다음날인 2008년 11월 5일 비공개로 방미한 북한 고위 관리들이 ‘북한은 이제 미국과 대등한 핵무기 보유국’이라며 ‘절대로 비핵화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북한 고위 관리들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어 “내가 ‘오바마는 북한에 손을 내밀었고 대화할 뜻이 분명하다’고 말했는데도 그들은 ‘상관없다. 우리는 비핵화할 뜻이 전혀 없다. 다만 미국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며 한국·일본에 제공한 핵우산을 철회하는 세 가지 조치를 완료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끝내면 비핵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은 넉 달 뒤인 2009년 2월 방북한 모턴 아브라모위츠 전 국무부 차관보 일행에게도 ‘비핵화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며 “이어 그해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5월 2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올해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공격)까지 전례 없는 군사협박 전술의 정점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는 북한이 (오바마 당선 등) 외부 변화와 무관하게 2008년 상반기부터 후계 세습 등 내부사정으로 인해 비핵화 대신 핵개발과 군사도발로 정책기조를 확실히 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관리들은 이미 2008년 2월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 때 비핵화할 뜻이 전혀 없음을 내게 시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북한이 협상에 나와주는 대가로 한·미가 보상을 해주던 과거를 되살리려는 의도”라며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그런 술수를 전혀 받아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도 (미국) 힘의 무서움은 잘 알고 있어 전면전은 피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동에서 전쟁 중이지만 북한이 도발해올 경우 전쟁을 피하지 않고 막대한(massive) 반격으로 일소할 것이라고 한국은 믿어도 좋다”고 강조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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