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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날아간 김필립 노벨물리학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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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노벨물리학상위원회의 실수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아깝게 놓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의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24일자 온라인판 뉴스란을 통해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명단에서 미국 컬럼비아대 김필립(43·사진) 교수를 제외한 것은 문제”라는 미 조지아텍 월터 드 히어 교수의 발언 기사를 실었다. 노벨물리학상위원회는 지난달 초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안드레 가임(52·네덜란드 국적) 박사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6·영국과 러시아 국적) 박사를 탄소 원자 한 층이 배열된 형태인 그래핀이라는 물질을 발견하고 합성한 공로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네이처는 “김 교수가 수상자들과 같은 학술지 같은 호에 비슷한 연구 결과 논문을 발표했다고 드 히어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 서한을 노벨물리학상위원회로 17일 보냈다”고 전했다.

 더욱이 노벨상위원회가 수상자들의 업적으로 거론한 2004년 미국 사이언스지 발표 논문은 그래핀이 아니라, 탄소의 복층 구조인 그라파이트에 관한 것이었다. 노벨물리학상위원회가 그 논문을 그래핀 관련 논문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이번 수상자들도 시인했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수상자들의 그래핀 관련 논문은 2005년 네이처 438호 197~200쪽에 실렸으며, 같은 호 201~204쪽에는 김 교수의 그래핀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이후 그래핀 관련 합성이나 소자 제작에는 올해 수상자들보다 김 교수가 더 많은 업적을 냈다는 것이 드 히어 교수의 주장이다. 네이처 기자가 수상자인 가임 박사에게 “김 교수와 공동 수상하는 데 동의하겠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이에 대해 노벨물리학상위원회는 “노벨상 수상 결과가 바뀐 전례가 없다”며 “인터넷상에 잘못 판단한 부분을 게재하겠다”고 답했다. 내심 수상을 기대한 김 교수는 이미 내려진 결정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석사까지 마친 뒤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국적은 한국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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