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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총리 “지지율이 1 % 돼도 사퇴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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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2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간 총리.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내각 지지율이 1%로 떨어지더라도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7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와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9월 집권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간 총리와 맞대결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 전 간사장을 지지했다. 이후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외교 갈등을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앞장서 간 정권을 비난했다.

 ◆정권 2인자 문책 결의안 통과=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야권의 관방장관 문책 결의와 이에 따른 여야 대치 등 혼란스러운 정국을 의식해서라는 게 일 언론들의 분석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26일 야당이 다수인 참의원에서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과 마부치 스미오(馬淵澄夫) 국토교통상에 대한 문책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각료가 관련된 국회 심의에는 응하지 않기로 했다. 두 각료를 해임하라는 요구다. 중의원의 해임 결의와 달리 구속력이 없지만 상원 격인 참의원의 법안 처리 거부는 간 내각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달 3일이 시한인 임시국회는 물론, 내년 1월 열리는 정기국회 또한 공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센고쿠 관방장관은 ‘그림자 총리’로 불리는 내각의 2인자다. 외교에서 내정·안보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을 컨트롤하는 간 총리의 분신이다. 간 총리는 두 각료를 해임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책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내각 지지율 하락도 간 총리의 고민거리다. 당 대표 경선 직후 70%대에 달했던 내각 지지율은 현재 21%로 곤두박질쳤다. 민주당 실세인 오자와 전 간사장을 국회 증언대에 세우라는 야권의 집요한 요구도 간 총리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대폭 개각’ 가능성도=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몇 안 되는 방법이 개각이다. 두 각료를 경질하지 않고 조각 수준의 대폭 개각을 한다면 국회 심의를 거부한다는 야당의 대의명분이 없어지는 셈이다. 사업예산 심의로 스타가 된 렌호(蓮舫) 행정쇄신상을 주요 직책에 기용하는 등 참신한 내각으로 거듭난다면 단기적으로는 내각 지지율 회복도 기대해볼 수 있다. 야당과의 연립정권을 구성할 것이라는 소문도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오자와 전 간사장에게 탈당을 권고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 결국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새해 예산안 심의를 처리하지 못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3월 위기설’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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