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 섬사람들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공동운명체다.” 북한의 포격을 피해 인천의 찜질방에 머물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닷새째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김옥자(55·여)씨의 말이다. 김씨는 인천에서 쾌속선으로 두 시간 반을 가야 하는 대청도에 살지만 찜질방에서 먹고 살다시피 하며 피란민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북한의 포격 전날 인천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가 피란 나온 연평도 주민들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찜질방에 눌러 앉은 것이다. 김씨는 28일 “섬사람인 내가 안 도우면 누가 돕겠느냐”며 “서해 5도 사람들은 우리끼리 서로 지켜야 한다는 동질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평도 피란민을 돕는 자원봉사자 60여 명 중 절반가량이 김씨처럼 백령도나 대청도·덕적도 등에서 온 섬사람들이다. 김씨처럼 인천에 볼 일 때문에 나왔거나 피란을 떠나와 인천에 머물다 자원봉사활동에 나선 것이다. 덕적도에서 왔다는 임영표(51·여)씨는 “서해 5도 사람들은 평소 군민행사 등에서 자주 만나 잘 알고 지낸다”며 “또 북한 때문에 울고 웃는 비슷한 운명이다 보니 외지 사람들은 모르는 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가장 큰 일은 50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쌀을 씻어 밥을 짓고, 배식하고, 설거지를 하다 보면 하루가 짧다. 또 피란민들이 쓰는 찜질방이나 남녀 사우나를 청소하고 수건을 정리하는 것도 자원봉사자 몫이다. 건물 1층에 서서 주민과 찜질방 고객들의 신발을 따로 정리하고 진료소나 시설물 안내도 한다. 하지만 섬 사람들의 자원봉사는 단순히 이 같은 궂은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옹진군청 자원봉사센터 최은주 사회복지사는 “육지 사람들은 모르는 섬 사람들만의 애환을 나누며 피란민들의 심리적 안정에도 기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연평리에서 남편과 함께 피란 나온 김윤민(52·여)씨는 “찜질방이 낯설어 처음엔 잠자리도 불편하고 입맛도 없었다”며 “하지만 얼굴을 아는 자원봉사자를 만나니 마음이 놓여 식사도 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섬 사람들의 자원봉사 때문인지 육지로 이주하겠다던 주민 사이에 귀환 의사를 밝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네 식구와 함께 피란 중인 박진재(42)씨는 “무서워서 연평도로 다시는 못 돌아갈 것 같았다”며 “하지만 백령도 출신 자원봉사자랑 얘길 나누다 보니 그래도 고향이 최고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피해를 본 연평도에 5억원의 긴급구호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김문수 지사는 이에 앞서 26일 연평도를 방문해 민간인 피해지역을 살펴보고 “연평도는 1996년까지 경기도였던 지역”이라며 “인천시와 협력해 빠른 복구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장정훈·김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