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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원하는 장애인 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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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우리나라에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건만 기업의 장애인고용률은 여전히 법정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정치권,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면서 보다 강력한 제도로 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장애인 고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하지만 기업의 의무고용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기업에 경영상 부담이 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현행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많다. 의무고용률을 2014년까지 2.7%로 높일 경우 기업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실효적인 고용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장애인 고용이 늘지 않는 이유가 과연 기업만의 책임인지, 다른 요인은 없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상 장애인을 고용하려 해도 자사가 원하는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장애인 직업훈련·취업알선 등의 취업지원 인프라가 부족한 데 기인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직업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취업알선 시스템도 갖추고 있지만 기업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의식수준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로 장애인 고용을 추진하던 기업 중에는 비장애인 근로자의 거부감 때문에 중도 포기한 사례가 있으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장애인 스스로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안은 무엇일까. 합리적인 장애인 고용정책은 일을 통한 복지, 일을 통한 사회통합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노동시장에 대한 정합성(整合性)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장애인이 기업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정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대해 장애인 직업훈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과학적인 장애인고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며, 취업의 전-중-후 과정을 전담할 인력도 늘려 취업 지원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 의식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향후에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프라 구축 및 인식개선을 통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 유인(誘引)을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과 장애인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